새벽 고등학교로 가는 버스창으로는 검은 실루엣의 풍경에 늘 반짝이는 다락방 불빛이 보였다. 평범한 단층 집에 세모난 작은 2층을 올려 낸 창이었다. 내 맘으로 그 불빛을 '유'라고 불렀다. 매일 입술을 달짝여 유라고 불러보면 왠지 그 날의 일들이 축복을 받는 듯 했다.
언덕 위 학교를 오르는 중턱엔 '다숙이 언니'가 있었다.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였다. 언니에게 인사하고 숨을 헐떡이며 언덕을 끝까지 올라 우리 건물 2층 복도, 낡은 창틀을 지날 때면 햇님이 방긋 떠올랐다. '벵굴림 대왕님'이라 불렀다. 대왕님과 잠시 인사를 나누고 교실 문을 열었다
저녁 자율학습시간 전 왁자지껄 청소시간 칠판 옆 좁고 길다란 창 너머론 별과 달이 늘 걸렸었는데 매일매일 조금씩 가까와지다가 다시 멀어지곤 했다. 귀가길 변함없이 눈으로 쫓게 되는 나의 유.
일상에 매일의 빛과 인사를 던져주었던 그들은 잠시나마 내가 우주와 닿아있음을 깨우쳐주던 친구들이었다. 작고 성스런 매일의 대화들이 어쩌면 지금까지도 내 안에서 빛나고 있나보다.
처음으로 입술에서 글로 옮겨본 나의 '유'들을 친구들께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
2021.6.19.
정은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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