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대한 사랑보다 더 숭고한 것은 더없이 먼 곳에 있는 사람과 앞으로 태어날 미래의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다” -니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지난 달에는 은유님이 ‘미등록 이주아동’들에 대해 쓰신 책을 읽었습니다.
미등록 이주아동 이란 이주민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했거나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 중 부모의 체류자격 상실, 난민 신청 실패 등 다양한 이유로 체류자격이 없는 아이들을 말하는데, 국내에 대략 2만명 정도의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합니다.
그나마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고등학교까지는 학교를 다닐 수가 있도록 되어 있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의 대학 진학이나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합법적 권리는 부여되어 있지 않습니다. 언제라도 강제퇴거 명령이 내려져 자라온 이곳을 떠나 말도 안통하고 친구도 없는 부모 국적국으로 쫓겨갈 처지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미래를 꿈꿀 생각도 못하는 불안한 삶을 온갖 불이익과 차별을 감내하며 지내야 합니다.
정작 미등록 이주민들은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노동을 수행하며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노동조건과 임금차별로도 모자라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체류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존재 자체에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고, 그 아이들까지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답답하고 가슴 아픈 사연들은, 이 사회가 스스로 표방하고 있는 가치와 본모습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먼 길’이 결코 ‘갈 수 없는 길’은 아님을 김민혁의 사례로 또한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김민혁은 이란에서 태어나 7살에 한국에 와서 친구들을 따라 교회에 다니게 되면서 개종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중학교 2학년 때에 종교박해를 이유로 난민신청을 했지만 불인정 결정을 받고 이란으로 쫓겨갈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김민혁의 국어선생님과 그의 학교 친구들은 피켓 시위, 국민청원 등을 만들어내며 불가능에 가까운 난민인정에 도전하게 됩니다. 그의 선생님과 친구들은 김민혁을 ‘미등록 이주아동’이나 ‘불법 체류자’가 아닌 자신들의 ‘제자’요 ‘친구’로 지켜내고자 이 사회가 재단하는 차별의 잣대에 맞서 어려운 싸움을 함께 해내고 난민 인정을 받아냅니다. 후에 특성화고를 진학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는 김민혁은 “제가 누군가를 믿어줄 때 그 사람이 또다른 누군가를 또 믿고 반기면 사회에서 누구 누구를 배척할 일이 없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며 이 사회의 ‘믿음의 벨트’가 만들어지고 스스로가 새로운 믿음을 만들어내는 그 벨트의 한 연결고리로 되었음을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김민혁과 그의 친구들은 현재 난민강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주에는 ‘가지 못할 길’이 아니라 그냥 좀 ‘먼 길’을 믿음의 연결고리로 이어나가고자 하는 은유님의 책 읽기를 권합니다.
2021. 10. 13.
우리동네연구소 종민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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