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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우리동네연구소

[꿈틀대기] 안부

최종 수정일: 2020년 11월 29일


‘요즘 어때?’라는 물음보다 더 식상한 물음은 없다. 심심하고 멋쩍으니 이야기나 하자고, 난 들을테니 네가 이야기좀 하라는 것 같다. 이야기하는 수고를 오로지 남에게 맡기는 거 같아 미안해지기도 한다. ‘알면서 왜 물어’, ‘늘 똑같지 뭐’, ‘아휴 말도 말어’라는 답이 나올 것이 뻔하다.


그래도 우리는 늘 이 물음을 남에게 던진다. 막상 던지면 식상하지만 그렇다고 필요하지 않은 말은 아니다. 특히나 요즘엔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 표정을 알기 힘들다. 힘든 일이 있어 옆에 같이 나눌 사람이 있다면, 식상한 안부 여쭙기는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혼자들이 많아진 세상일수록 더욱 그렇다. 혼자 사는 삶이 아니기에 그 어떤 고민도 혼자하는 것보다는 둘이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아마 세상 모든 이들이 고민하고 있는(혹은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기후위기가 아닐까? 우리가 모두 코와 입을 닫게 된 이유가 어느 한 국가의 잘못이 아니라 인류가 자연과의 관계를 잘못 설정한 것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탄소중립이 자주 기사에 오르내린다. 각 국의 정상들이 탄소중립 2050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다.


어제(27일) 우리나라 정부는 대통령 직속기구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끝판왕의 등판이다. 탄소중립위는 컨트롤타워다. ‘척척’하라고 하면 하위 부서는 ‘척척’할테고, ‘착착’하라고 하면 ‘착착’할테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직속위원회는 로드맵을 세우고 그에 따른 실천을 차근차근해나가고, 마침내 지구의 안정과 세계 평화에 기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 속 한 켠에 불안함이 있다. 끝판왕의 활약을 손 놓고 보고 있어도 괜찮은 걸까?


정부의 말은 보편적인 언어다. 정부 청사의 브리핑은 모든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모든 구체적인 경우를 품기는 어렵다. 석탄발전소는 기후위기의 주요한 적이다. 이 적들은 충남에 많이 살고 있다. 대통령의 권위있고 정의로운 명령 한 마디에 에너지 생산 체계는 달라질 것이다. 명령에 따른 인력 감축으로 당진 석탄발전소에 출퇴근하는 48살 김충남 씨의 세계는 어느날 갑자기 뒤바뀔 수도 있다.



탄소중립위원회 뿐일까. 여타 다른 직속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매번 중요하고 긴급한 문제가 등장할 때마다 ‘직속위원회’라는 해답을 내놓는다. 아무래도 위기 대응에는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하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무언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면, 모든 지역과 시민사회 차원에서의 관련 대응 위원회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대 담론에 휩싸인 누군가가 다치지 않게. 최소한 많이 아프지는 않게.



그러려면 누군가 외면한 모든 혼자들에게 우리는 물어야 한다. ‘요즘 어떠세요?’라고. 이렇게 식상한 물음을 던지는 까닭은 내가 당신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줄 수는 없어도, 적어도 공감만큼은 해줄 수 있다고, 그러니까 나도 당신과 같은 ‘사람’임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당신이 짓고 있는 슬픈 표정을 나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시작하는 첫 발걸음이다. 비대면을 권장하는 이 시대에 우리 사이 그리고 연대는 ‘요즘 어때’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면 좋겠다.


우리동네연구소 안지섭

202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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