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신학은 ‘민중신학’입니다. 영어표기도 ‘Minjung theology’로 할 만큼 한국 고유의 신학이며 한국에서 정립된 유일한 신학이기도 합니다. 부족한 식견에 적자면 ‘민중이 메시아다’라는 문장이 민중신학의 핵심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전태일열사의 죽음으로 인해 촉발된 민중신학은 민중이 역사의 주체이며 민중만이 세상을 변혁시킬 수 있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에서 민중신학이 정립되고 세계 신학계에 큰 울림을 주고 있을 때 정작 ‘민중’은 삼박자축복을 외치던 여의도순복음교회로 몰려갔다는 것입니다. 지식인들이 민중이 역사의 주체라고 외칠 때 민중은 복 받아 잘 살 수 있다는 곳으로 찾아갔다는 것은 지금 곱씹어 봐도 웃픈 현상인 것 같습니다. 지식인들이 외쳤던 ‘민중신학’이 정작 ‘민중’과는 괴리되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민중신학’에 세상에 대한 소망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불어 고민도 깊어져 갑니다. ‘지식인들은 왜 세상을 변혁하지 못할까?’, ‘지식인들은 왜 민중과 괴리되는가?’, ‘민중은 왜 하나로 연대하지 못할까?’
우리 역사에서 민중이 연대하여 세상의 변혁을 이끌어 낸 경우는 역사의 징검다리마냥 이어 왔지만 시간이 흐르면 변혁은 구태로 돌아가 버리고 예전의 기득권자들은 여전히 자기들만의 성을 더욱 견고히 하고 있는 듯합니다. 민중은 분명히 세상을 변혁 시킬 주체이며 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한편 민중이 세상을 변혁시키는데 있어서 지식인의 역할은 추진체가 아닐까 합니다. 민중과 지식인의 연합과 연대는 세상을 변혁시켜 가는데 필요충분조건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민중과 지식인의 연합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 듯 해보입니다. 지식인과 민중의 괴리는 단지 민중신학계 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지식인들이 시민단체를 형성하고 시민사회를 우리 사회의 주체로 이끌어 가려하지만 뭔가 그들만의 세상처럼 보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는 우리동네연구소도 풀어가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살고 있는 동네를 살고 싶은 동네로 바꾸어 가기 위해서는 우리동네연구소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우리동네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함께 연대하여 우리동네를 바꾸는 주체가 될 때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동네 시민들의 연대를 이끌어 내야 할 몫이 우리동네연구소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변혁은 무엇보다도 발로 이루어내는 것임을 알고도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는 게으른 자의 상상과 고민이었습니다.
2021.3.4.
우리동네연구소 민선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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