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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우리동네연구소

[꿈틀대기] 기후불평등과 정의로운 전환

이제는 우리에게 ‘기후위기’나 ‘지구 온난화’라는 이슈가 낯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증가하면서 아주 짧은 기간만 추운 겨울이나 한여름의 폭염과 같은 이상기후를 일상으로 체험하기도 하고, 녹아내리는 빙하에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북극곰의 이미지로 자주 보고 들어왔기 때문일 겁니다. 더 나아가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의 증가와 기록적인 태풍피해, 여러 해에 걸친 가뭄으로 속출하는 기후난민 그리고 그 와중에 발생하는 지역분쟁 등과 같은 심각한 뉴스를 접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멀지 않은 미래에 모든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많은 섬과 해안도시들이 물속으로 사라지고, 바다가 산성화되어 해양생태계가 붕괴할 것이라는 암울한 예언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들은 기후위기가 지구위의 모든 생태계와 인류 전체가 겪는 재앙과 공멸의 위기이며 이 재앙을 막기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하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되고는 합니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과연 그런 결론만으로 충분할까요? 누가 이 위기를 초래했으며, 그 위기로 초래된 피해를 입는 자들은 누구인지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한재각님이 쓰신 [기후정의]라는 책에서는 바로 그 질문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과연 기후위기로 인해 겪어야 하는 고통의 크기가 모두에게 평등한가? 함께 그 대가를 똑같이 분담하는 것이 정당한가? 이 질문에 대해 [기후정의]는 기후변화로 초래되는 영향이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으며, 세대(현세대 보다는 다음세대가 더), 국가(선진국 보다는 저개발, 빈곤국가들이 더), 그리고 사람들의 형면(부유한 자보다는 가난한 자가 더)에 따라 고통의 무게가 차별적으로 배분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 고통의 크기는 기후변화를 초래한 온실가스의 배출책임의 크기와 오히려 반비례(온실가스의 70%를 배출하는 선진국들의 행위로, 온실가스를 3%만 배출하는 저위도 개발도상국들의 10억명이 고통을 겪는)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따라서 이제 이 문제는 ‘기후변화’라는 중립적 표현이 아니라 ‘기후불평등’이나 ‘기후불의’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후불평등’은 국제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한 가정당 전기를 한달 평균 229kWh를 사용하는 데 비해 이재용 부회장은 한달에 그 150배인 34,100kWh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매년 폭염일수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 온실가스 배출량은 극히 적으면서도 불량한 주거환경으로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쪽방촌 사람들’, 옥외노동과 야외활동을 해야하는 건설노동자나 단순노무종사자와 농림어업 종사자들 그리고 무직자들은 매년 더 많은 온열질환 사망 사고를 겪고 있다 합니다. 또한 기후변화로 영향을 받고 피해를 입는 농업과 어업 종사자들에 대한 지원대책은 없으면서,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발생시키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는 대기업이나 화력발전 증설에 대해서는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 불합리한 일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 책은 이러한 기후위기의 정의롭지 못한 정체를 밝히며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길이 정의로움을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함을 이야기합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과 부자들이 기후위기를 책임지지 않고, 나날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가난한 이들에게 그 비용을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현실에 대해 “정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답하지 않고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행동을 가속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정의로운 대안으로 미국의 노동운동가인 토니 마조치가 “노동자들은 환경을 보호하지 않으면 내일 죽지만, 일자리를 잃으면 오늘 죽는다”며 제안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정의로운 전환’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탈탄소 전환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사회적으로 공평하게 분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이자 전략”으로, 예를 들면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지역 공동체들이 탈탄소 전환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지역경제 쇠퇴에 직면할 경우 이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보장하고 직업훈련과 실업급여를 지원하여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다는 개념입니다. 이때 제공되는 새로운 일자리가 탄소에 중독된 기존 산업구조에서 벗어날 전환형 산업을 통해 창출된다면 정말 효과적이고 정의로울거라 생각됩니다.


또한 지금의 기후위기를 초래한 온실가스 배출책임에 상응하는 해결방안의 한가지 대안적인 모델로 영국의 GCI라는 연구기관이 원직으로 제시한 ‘형평성과 생존’전략을 따른 ‘축소와 수렴’모형을 제시합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과감히 줄이는 과정에서 책임에 따른 형평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수많은 개발도상국과 미개발국이 에너지 사용에서 계속 소외받도록 방치하지 않으면서, 대신에 지금까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해온 미국 등의 선진국이 온실가스를 대폭 감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2030년까지 세계 각국의 1인당 배출량을 하나로 ‘수렴’하고, 이후 전체적으로 ‘축소’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기후위기’와 ‘국제적/사회적 불평등’이 분리되지 않는 동일한 문제라는 인식에서 과거와 달리 지금의 기후정의 운동은 “기후가 아니라 시스템을 바꿔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합니다. 더 많이 소유한 자들이 더 많은 사치를 누리면서 공유지인 대기 속으로 더 많은 온실가스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에, 빈국과 빈자들의 희생 위에 쌓아올린 부국과 부자들의 부를 재분배하고 사치를 중단시키지 않고서는 기후위기가 해결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끝으로 이 책은 우리나라도 2017년 GDP 기준 세계 12위의 경제규모를 가지고, 현재 세계 7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며, 온실가스 누적배출량 세계16위에 이를만큼 온실가스 배출을 늘려왔으면서도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있는 정책을 만들거나 수행하지도 않으려고 하는 기후악당 국가라고 비판합니다. 이제 우리 정부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더 이상 공정한 분담의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책임있는 감축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할 것과, 국내적으로도 그간 온실가스를 배출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누려온 기업들과 부유층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그 피해를 고스란히 지고 있는 수많은 이들이 연대하고 주체로 나갈 ‘기후정의 동맹’을 만들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의로운 독서를 권합니다.


2021.5.15.

우리동네연구소 종민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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