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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우리동네연구소

[꿈틀대기] 꽃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사람을 바라볼 수 있을까

지난 해, 노란 국화꽃 화분 두 개가 연구소에 들어왔다. 꽃은 노랗게 만발했고, 꽃이 지자 줄기도 같이 말라갔다. 갈색 빛으로 말라가는 줄기들을 잘라내고, 잘라내고, 잘라내고. 결국 한 개 화분은 모두 말라버렸다. 남은 한 화분에서는 여전히 한 포기가 초록을 유지하고 있었다. 제 스스로 말라죽지 않았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마른 가지를 모두 정리하고 살아남은 한 포기를 떼어 옮겨 심어 줬다.

그냥 포기하지 않고 다른 화분들과 같이 물을 주며 살폈더니 생생하게 초록을 유지했다. 그리고는 올 늦봄에 그 한 포기가 꽃봉오리를 내었다. 꽃봉오리는 오래토록 봉오리 상태를 유지했다. 아주 더디게, 더디게 꽃을 피웠다. 피워낸 시간이 오랜 만큼 오래토록 노오랗고 생생한 꽃을 피우고 있다. 꽃잎이 얼마나 두텁고 건강한지! 연구소에 갈 때마다 끝내 살아내어 자기의 속도로 꽃을 계속 계속 피워내고 있는 화분을 보면 기특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의 자세라는 게 바로 이 꽃을 향한 자세와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라 할지라도 이런 모습인 이유가 있겠지 하고 받아들이고, 어려운 일이 없는 지 관찰하고, 이해와 관찰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다만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 내가 생각하는 속도에 맞게 내가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나와 다른 존재가 온전히 자기의 힘과 자기의 속도대로 자기를 성장시키고 피워낼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는 일. 나도 신경 쓰지 못하는 사이에 그걸 해낸 모습을 보며 함께 기뻐하는 일.

꽃을 향해서는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사람에게 향할 때는 왜 이렇게 쉽지 않은 지.

저마다의 꽃으로 자기의 삶터에서 아름다운 삶으로 필 수 있기를 바라는 아름다운 마음이고 싶다.

아. 그러기엔 내 속이 너무 좁고 찌질하여 끝내 가닿기 어려울 것 같은 길이다.

꽃은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 아름다움을 주는 걸 알고 있는 데

사람은 존재하는 것 이상을 줄 수 있는 존재인 걸 알기에 기대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더 많아서인가.

꽃은 제 모습을 잃으면 바로 땅으로 돌아가는 데

인간은 제 모습을 잃으면 추악하다고 여겨져서 더 견딜 수 없는 걸까.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랫말이 일상의 리듬이 되어 춤추듯 살 수 있을까. 꿈같은 꿈을 꾸면서 오늘도 일상에서 복닥거린다.



우리동네연구소 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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