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가에게 보호 받는다는 사실을 인지 할 때 그 사람에 대한 신뢰는 두터워진다. 특히 감정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노동과 관련된 민원에 대해 보호 받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참고 사과한다. 백화점 직원을 향한 당연한 폭력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 얼마나 유치하고, 비겁한 행동인가! 얼마 전까지 이런 일들은 사건도 안 되는 것도 현실이었다. 작년 5월 경비노동자를 갑질한 아파트 주민이 징역5년이 확정되었다.
나는 30년 동안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료진에 대해 감사해하지만, 돈을 낸다는 이유로 함부로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루에 사소한 민원들이 계속 된다. 가벼운 조롱에서 심한 욕설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매번 참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일이 커지면 더 피곤해져서 못 들은체하는 경우가 많다. 면회제한이 최근에는 자주 등장하는 민원이다. 아픈 가족을 볼 수 없는 심정은 이해하나, 접촉자를 제한해야하는 것도 현실적이다. 가끔 몰래 계단을 통해 올라오는 보호자가 있다. 병실 출입을 제한하면 대부분은 돌아가지만, 큰소리를 내면서 병실로 돌진하는 사람들도 있다. 감정은 스스로 없어지지 않는다. 나쁜 감정은 몸을 피로하게 만들고 심할 때는 무기력을 느끼게도 한다.
비대면을 과제로 일상의 모든 것들이 변하고 있다. 보건의료 총파업 전야제가 유튜브로 진행되고, 채팅방에서 투쟁을 결의한다. 회식이나 소소한 모임도 통제 받고 있다. 얼굴 보면서 하면 생기지 않을 오해와 편견들이 일방적인 문자나 통화로 서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반면 사람 귀한 줄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한다. 내 옆의 사람들이 얼마나 귀한지 고맙다.
“살고 있는 동네를, 살고 싶은 동네로”처럼 “일하는 직장이, 모두가 일하고 싶은 직장”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 준비를 한다.
2021.9.1.
우리동네연구소 원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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