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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우리동네연구소

[꿈틀대기] 단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는 것이 한국사회 전체의 국가적 과제가 되길 바라게 되었다


당신이 열여덟번째 생일을 맞이하기 전에,

1. 부모나 집안의 다른 어른이 자주 당신에게 욕설을 하거나, 모욕하거나, 조롱하거나, 굴욕감을 주었나요? 또는 당신이 몸을 다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도록 행동했나요?

2. 부모나 집안의 다른 어른이 자주 당신을 밀치거나 세게 움켜잡거나, 손찌검을 하거나, 당신에게 무언가를 던졌나요? 또는 당신에게 맞은 자국이 생겼거나, 다칠 정도로 세게 때린 적이 있나요?

3. 어른이나 최소한 당신보다 다섯살 많은 사람이 한번이라도 당신을 만지거나, 애무했거나, 또는 당신에게 성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몸을 만지게 강요한 적이 있나요? 또는 당신에게 구강, 항문 또는 질 성교를 시도했거나, 실제로 한 적이 있나요?

4. 당신은 가족 중 아무도 당신을 시랑하지 않거나, 당신을 중요하거나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또는 가족들이 서로를 위하지 않거나, 가깝게 느끼지 않거나, 지지해주지 않는다고 자주 느꼈나요?

5. 당신은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거나, 더러운 옷을 입어야 한다거나, 당신을 보호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또는 부모가 술이니 마약에 너무 취해 있어서 당신을 보살피지 못한다거나, 필요할 때 당신을 병원에 데려가지 못한다고 자주 느꼈나요?

6. 당신의 부모는 별거한 적이 있거나, 이혼했나요?

7. 누가 당신의 어머니 또는 양어머니를 자주 밀치거나, 세게 움켜잡거나, 손찌검을 하거나, 그녀에게 무언가를 집어던졌나요? 또는 이따금 또는 자주 발길질을 하거나, 물거나, 주먹으로 때리거나, 단단한 것으로 때렸나요? 또는 적어도 몇 분 이상 계속해서 때렸거나 총이나 칼로 위협한 적이 있나요?

8. 당신은 술 문제를 일으키거나, 알코올중독자인 사람 또는 마약을 하는 사람과 함께 살았나요?

9. 가족 구성원 중에서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에 걸렸거나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있었나요?

10. 가족 구성원 중에서 감옥에 간 사람이 있었나요?

‘예’라고 답한 수를 더하세요. 그것이 당신의 ACE(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아동기 부정적 경험) 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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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은 당신의 지수는 몇 점인가.

아동기 부정적 경험 지수가 2점 이상인 사람은 0점인 사람에 비해 류머티즘 관절염, 낭창(결핵성 피부병의 하나), 제1형 당뇨병, 만성 소화 장애증, 특발성 폐섬유증 같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입원할 확률이 2배 높다. 4점 이상인 사람은 심장병과 암에 걸릴 가능성이 2배,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3.5배, 비만일 가능성은 2배 높으며, 학습 문제나 행동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32.6배 크다.

불안한 환경이 중단될 수 있거나 아이를 보호하고 위로할 수 있는 어른이 없어 스트레스가 완화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가 신체 학대, 정서 학대, 방임, 심각한 겅제적 곤란, 폭력 등 강력하고 빈번하게 오랫동안 부정적 경험에 노출되는 경우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유독성 스트레스라고 한다. 아동기 부정적 경험의 결과 몸에 유독성 스트레스가 계속 되면 뇌의 공포 중추인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고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 청반과 도파민을 분비하는 복측피개영역이 통제력을 잃는다. 한편 기억장치인 해마는 작아지고, 사회적, 이성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하는 뇌의 지휘자 전두엽은 매일 매시간 사이렌이 울리는 속에서 ‘지금은 긴급상태이니 네가 나설 때가 아니야’라는 몸의 신호에 따라 제 역할을 축소하게 된다.

만성스트레스로 활성화된 쾌락중추(복측피개영역)는 고당분 고지방 먹거리를 찾게 하고 식욕과 중독성 행동을 일으킨다. 더불어 청반은 공격성을 부추긴다. 공포중추와 함께 분비되는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몸 속에 과도하게 많은 상태에서는 너무 자주 사이렌이 울리니 몸의 면역계가 언제, 어디가 위험한 상황인지 정확히 해석하기 어렵게 된다. 그 결과 아무 문제 없는 곳을 공격하게 되고 자기 면역에 의해 공격당해 몸 속에 염증이 많아질수록 염증이 또 자기를 공격한다. 류마티스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다발성경화증 등의 자가면역질환 발병률이 커지는 이유다.

아기들이 부정적 경험을 겪으면, 성장 지연, 인지 지연, 수면 교란으로 이어지고, 취학 연령 어린이들의 경우 알레르기, 습진, 천식 등의 과민반응성 질병 발병률과 중이염, 폐렴 등 감염 질환 발병률이 높아진다. 학습장애와 행동장애도 더 많이 나타난다. 그리고 아동기의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 나타나는 질병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이야기는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라는 책에 소개되는 내용이다. 이 책은 저자가 만난 한 아이, 4살에서 성장이 멈춘 7살 디에고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ADHD 문제가 있어 병원을 찾은 디에고는 만성 천식과 습진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7살 아이에 맞지 않는 골격을 갖고 있었다.

아이의 신체가 멈춘 시점은 4살, 경제적인 이유로 살게 된 아빠의 동료로부터 디에고가 성적 학대를 당한 때였다.

디에고를 만난 의사 버크는 묻기 시작했다. 아동기 부정적 경험이 성장과 질병에 끼치는 영향 간의 관계에 대해 의사 버크는 끈질기게 탐구했고 주변에 도움을 구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서 의사 버크는 말한다. 아동기 부정적 경험을 사회와 의료의 보편적 지표로 만들고, 누구나 인생의 역경을 이길 수 있는 자기 삶의 기반으로서 애착 관계, 스트레스 관리, 자기 조절의 기술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말이다.

유독성 스트레스와 아동기 부정적 경험이 질병에 미치는 실체를 아는 건, 유독성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건 어른으로서도 현재의 상태를 이해하고 보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의 끝에는 17살이 된 디에고가 다시 등장한다. 아동기 부정적 경험의 렌즈로 의료처치를 받은 디에고는 습진과 천식이 모두 나았다. 그러나 그 10년의 세월 동안, 아빠의 폭력을 견뎌야 했고, 견디다 못해 신고를 했더니 자신이 아빠를 멕시코로 강제추방 한 결과가 된 현실을 견뎌야 했다. 또다른 폭력에 놓인 여자친구를 혼자둘 수 없어 함께 머문 집에서 이전의 트라우마를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었고, 길에서 총에 맞아 죽은 친구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만했다. 폭력적인 가정환경, 위험이 도사리는 지역사회, 이주노동자를 향한 제도는 디에고에게 유독성 스트레스를 부추겼지만 디에고는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길렀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끝에서 디에고는 그렇게 어렵게 고비고비를 넘기면서 끝내 유독성 스트레스에서 자신을 구하고 있었다.

2022년 3월 9일 있을 대통령 선거를 9개월 여 앞둔 요즘. 연일 대통령 후보출마선언이 이어진다. 공정, 상식, 자유, 청년, 기회 등이 난무하는 정치의 언어들을 들으며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단 한 명의 아동도 놓치지 않는 것을 국가의 과제로 삼겠다’는 대통령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모든 아동을 유독성 스트레스로부터 구하고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지지하기 위해서는 아동과 함께 살고 있는 어른들이 아동이 겪을 수 있는 유독성 스트레스의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가정폭력과 성폭력이 없는 사회여야 한다. 어떤 아동이든 살고 있는 지역사회가 안전할 수 있어야 한다. 차별과 괴롭힘 걱정 없이 어린이집과 학교를 다닐 수 있어야 한다. 전쟁이 아닌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 기후재난을 막기 위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 한 아이도 빠짐없이 출생부터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과정까지 유독한 스트레스를 최대한 만들지 않으며, 유독성 스트레스에 홀로 방치되지 않도록 함께 나서는 일은 실은 어른이 먼저 유독성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경에 들어서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어른을 위한 길이기도 하며, 국가의 외교와 전지구적 과제와도 관련된 일이 될 수 있다.

아이의 시간은 어른의 시간보다 더 압축적이다. 같은 유독성도 아이에게 갔을 때 더 치명적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변화는 더 긴급하다. 2022년 시흥시와 대한민국 정치의 시간에, 한국 사회 아동들의 긴급한 시간이 긴요하게 논의될 수 있기 바란다.

2021.07.04.

우리동네연구소 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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