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아랫마을 친구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작은 뒷산이 있었다.
뒷산에 소나무는 모두 하늘 높이 곧게 뻗어 줄지어 자랐고, 소나무는 친구의 아버지께서 관리하셨다. 아이는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면 잠시 뒷산으로 들어가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흔들리는 나뭇잎소리를 들으며, 길쭉한 소나무 사이사이를 뛰고 달렸다. 그날도 아이는 아랫마을 친구집을 향해 내달리다가 뒷산으로 들어 갔다. 뒷산은 너무나 고요했다. 아이는 소나무 사이를 사뿐사뿐 걷다가 작은 떡갈나무 잎에 앉아 있는 빨간 고추잠자리와 마추쳤다. 작은 발걸음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손으로 잡으려 하는 순간 빨간 고추잠자리는 다른 나뭇가지 잎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나뭇가지 사이 거미줄들이 먹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는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동그랗게 오므려 그 사이를 거미줄로 채웠다. 다시 한 번 살금살금 다가가 거미줄로 새빨간 고추잠자리를 덮쳤다. 성공이다. 잠시동안 새빨간 고추잠자리의 눈을 들여다 보다가 놓아준다. 평소와 같이 아이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친구 집을 향해 달려갔다. 뒷산 길가에 누군가 앉아 있다. 아이가 조금씩 달려갈수록 아랫마을 할아버지 모습이 선명해 졌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다니셨다. ‘우리 할아버지 만나러 우리 집에 가실까?’ 아이는 생각하며 인사를 하고 가려는데, 할아버지가 아이를 부르신다. 할아버지가 아이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조금씩 더듬기 시작했다. 아이는 순간 새빨간 고추잠자리처럼 그 자리를 피했다. 그 뒤 아이는 뒷산에서 빨간 고추잠자리를 잡지 않았다. 2021.5.6. 바를정 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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