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고양이(바다)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나는 결혼 생활 20년 동안 남편에게 강아지가 키우고 싶다는 얘길 들었지만, 한 번도 동의한 적 없다. 그런데, 갑자기!
임시보호소에서 다른 고양이에게 공격적이어서 함께 식사도 못하고 항상 혼자 자는 고양이라며 명절기간 동안만 임시 보호와 입양처를 구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남편은 너무 불쌍하다며 추운 연휴 동안만 나에게 양보를 구했다. 결국 일주일 후 동생네로 가는 조건과 나와 분리되는 조건으로 짧은 동거가 허락되었다.
2017년 1월 27일. 너무나 미안하게 바다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남편이 없는 동안은 거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했던 바다.
인간이 다른 생물보다 우월하다는 인간 중심의 생각이 나에게도 지배적이던 때이다.
조카들이 어려서 길에서 발견된 바다를 보내기 전에 예방접종과 미용을 해 주기로 했다. 예방접종 문제로(3주 간격으로 3회 접종) 약속되었던 일주일을 넘겨야 했다.
어느 날, 남편이 자는 나와 바다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제 친해지면 안 되겠냐며 바다를 내 옆으로 데려왔다. 그동안 바다는 내가 자는 동안에는 내 발 밑에서 같이 있었던 모양이다. 동생네 가서도 가끔은 만날 수 있어 잔뜩 겁을 먹고 쓰다듬는 법을 배웠다. 너무 어색해서 손이 굳은 듯했다. 바다도 얼음이 되었다. 그 후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고양이와 친해지는 방법, 주의점을 배웠다. 막상 옆에 있는 바다랑은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바다가 나에게 먼저 마음을 열어주었다. 서툴지만 쓰다듬어 준 날 이후로 바다는 나의 그림자가 되었다. 조카들이 놀러 와서 언제 바다와 살 수 있는지, 뭘 좋아하는지 물었다.
예방접종을 다 마치고 미용을 했다. 수면 마취로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병원에 맡겼고,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바다를 안고 침대로 갔다. 그날 바다는 저녁까지 몸을 가누기 힘들어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내가 바다를 안아 버렸다.
그날 이후 내 곁에 있는 바다를 보면 미안했다. 3차 예방접종이 끝났으나, 아직 바다는 동생네로 가지 못했다.
바다는 내 발자국 소리를 알고 있었다. 자다 갑자기 문 앞에 앉으면 30초가 지나면 내가 문을 열었다. 그 때 나는 15층에 살고 있었다. 남편이 들어 올 때도 같은 행동을 했다.
이제 중성화라는 숙제가 남았다. 청소 문제에 예민한 나는 발정기가 되기 전에 중성화를 해야 한다는 인터넷 정보에 따라 병원을 알아 봤다. 나름 신중하게 고양이 전문병원을 선택했다. 부부가 아침부터 동물병원에 방문하여 온갖 질문을 하고 수술이 진행되었다. 수술동의서도 없이 A4용지에 비용과 관리법을 설명해 주었다.
“죽을 수도 있나요?”
“당연히 죽을 수도 있죠. 그래서 마취 깰 때까진 병원에 있을 거예요”
“마취 깨면 아플까요?”
“그러겠죠”
“진통제는 놔 주시나요?”
“만원인데 놔 드려요?”
“네. 얘기 안하면 안 놔주세요?”
“병원비 많이 나오면 안 좋아하는 분들이 있어서요”
“꼭 놔주세요. 약도 주시구요”
집에 갔다 오라는 의사의 말이 있었으나, 전신마취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대기실에 있었다. 밥이라도 먹고 오라는 말에 괜히 눈치가 보여 근처 식당에서 칼국수를 마시고 다시 돌아와 앉아 있었다. 마취가 다 안 깬 상태였으나, 의사는 나를 불러서 데려가도 좋다며 관리법을 설명해 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그리고, 다시 침대로 안고 가 미안해 미안해 하며 같이 잠이 들었다.
새벽에 갑자기 가슴이 따뜻해져서 눈을 떴다. 바다가 잠을 자면서 소변을 본 것이다. 조용히 이불을 바꿔주고 씻었다. 아침에 무슨 일 있었냐며 남편이 물었다.
“바다가 오줌 싸서 씻었어”
갑자기 남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가 바다를 버리기라도 한 것 같은 표정으로.
“마취 때문에 그래” - 남편
“응”
“괜찮아?” - 남편
“응”
“바다 처제네로 보낼꺼지?” - 남편
“아니, 내 새끼할 거야”
그렇게 불안했던 시간은 지나가고 바다는 가족이 되었다.
바다와 같이 살기로 하고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동네연구소 최원교(최미성)
※ 이 글은 앞으로 매주 화요일 [아직은 제목이 없습니다]로 총 5회가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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