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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우리동네연구소

[꿈틀대기] 설운 날의 레시피


"새 것보다 낡은 게 좋아"

전부터 그랬다. 비싸게 주고 산 새 옷보다 횡재가로 산 구제옷이 더 편하고 좋았다.


새로 산 헌 옷을 조물조물 손빨래하고서 옛 방식으로 만들어진 옷의 섬세한 마감을 가만 보고있으면

옷도 내가 준 두 번째 삶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다.


점심시간 산책 중에 지인이 물었다. "노후에 어디서 살고 싶어요?"

"노후자금 걱정 없이 자고 일어나면 집 값이 쑥쑥 오르는 집이요."라고 답하기가 무섭게 팡하고 솔방울 튀듯 웃음이 터졌다.

질문한 이는 자기는 여기 이 산책로처럼 자연이 어우러진 동네에 살고싶단다.


사실 나도, 집값쑥쑥 하우스보다는 (이왕이면 교외의) 주인장이 살뜰히 보살핀 구옥이 좋다.

노년의 먹고살이가 보장된다면, 2020년 내내 일개미들이 설움 울도록 아파트 값이 쭉쭉 오르지 않았다면,

볕 좋은 날 배불리 먹고서 그런 우스운 농담은 하지 않았으리라.


아무튼 어쩔 도리가 없는 일로 마음에 한기가 찾아든 날엔 오래된 곳으로 간다. 그런 날의 마실거리는 따뜻한 꿀모과차가, 장소의 조명은 이왕이면 노란빛이 좋다.


소란한 생각이 잦아들고 가만 사물처럼 앉아 고요해질 때, 공간 켜켜이 배어든 시간이 마음을 아물게한다.


노란 조명의 빛을 빌려 공간에 쌓인 시간을 헤아리다보면 나는 이내 괜찮아진다.





우리동네연구소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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