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죽느냐 사느냐를 고민하는 햄릿마냥,
‘나’를 놓고 고민하는 시기는 의외로
인생에서 가장 많은 것이 결정된 직장인 시기에 찾아왔다.
새로운 환경, 생경한 관계
때때로 기이해보이는 내 모양새와 말투, 소리를 보며
문득 사람이 시선 끝에서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스텔라장의 노래 ‘빌런(Vilain)’ 에는
‘어떤 것은 검은색 어떤 것은 하얀색 색안경을 끼고 보면 어떡해’
‘So many shades of gray (중략) Good easily fades away’란 노랫말이 나오는데
우리는 누군가의 시선 끝에 맺히는 상으로 반짝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닮고 싶었던 직전 동료와의 퇴사 전 수다에서
그는 으레 그래왔듯 따뜻한 말조각들을 남겨주었다.
그가 한 말 속에 담긴 내 모양은 애쓰는 모양을 한 고군분투 주황색.
훨훨 날아가세요! 응원하고 싶은 뒷모습를 한 동료를 보며
‘스미는 사람이고 싶다’ ‘따뜻함이 배어나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시선이 날카롭지만 날서지 않기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무사히 할머니가 되길.
부디 세상에 얼마나 여러 빛깔의 파랑과 보라와 노랑이 있는 지 잊지 않길
2021.5.28.
우리동네연구소 혜뜬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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