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끝나고, 2일차 외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엘리베이터에서 아래층에 사는 아이를 만났다. 나는 출근을 하고 아이는 등원을 할 때 여러 번 봤던 사이. 아이의 엄마가 먼저 말했다.
“이모, 안녕하세요. 인사해 ^^”
서로 인사를 나누며 엘리베이터를 탄 뒤, 외박용 옷가방에 ‘Lifeguard’라는 문구와 함께 있는 십자 그림을 보고 아이는 물었다.
“이게 뭐에요?”
나는 답했다.
“이건 구조하는 표시야.”
아이는 물었다.
“이모는 누구에요?”
순간, 나도 나에게 물었다. 나는 나를 누구라고 소개할 수 있을까.
아이의 엄마는 아이에게 말했다.
“이모는 응급구조사 인가봐.”
나는 답했다.
“이모는 응급구조사는 아닌데.. 글쎄.. 이모는 누굴까? 너는 누구야?”
아이는 답했다.
“나는 이00”
“아, 너는 00이구나”라고 답하고 아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먼저 엘리베이터를 내렸다.
아이가 내린 뒤 홀로 집을 올라오며 생각했다.
나를 정치운동가라고 소개하는 게 적정할까.
나는 누구이며, 나는 무슨 일을 하고,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기득양당이 96.72%의 득표율을 점한 서울시장 선거.
12명의 후보 중 10명이 얻은 득표율 3.28%
그 중 내가 함께 했던 후보의 득표율은 0.37%
적대적 공존 관계에서 더 못하는 서로를 빌미로 수명을 연장하며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양당 정치 속에서
정치를 우리의 삶의 것으로 끌어오기 위한 도전을 계속 하고 있는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어디에 서 있는지, 이제 어떤 행보를 이어나가야 할지,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으로 불릴 수 있을지 헤아려보다가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결과가 아닌, 나는 누구인가를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게 나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이름 석자로 사회에 구성원이 되어 살며 아로새길 각자의 인생길.
“나는 이00”이라 거침없이 자신을 소개한 아이가 맞았다.
고유하고 유일한 개인이, 이 사회에서 각자의 무늬와 개성대로 살면서도, 그렇게 살 수 있도록 서로 지지하고 연대하고 격려할 수 있는 공동체 속에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나는,
다음에 아이를 만나면 “나는 안00이야”라고 소개해야겠다.
2021.04.10.
우리동네연구소 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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