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의 모성애는
인간보다 더 깊고 따뜻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린 것이 두 살쯤 되면
어미 곰은 새끼 곰을 데리고
산딸기가 있는 먼 숲으로 간다고 합니다.
평소에 눈여겨 보았던 산딸기밭이지요.
어린 새끼는 산딸기를 따 먹느라고
잠시 어미 곰을 잊어버립니다.
그 틈을 타서 어미 곰은
몰래, 아주 몰래
새끼 곰의 곁을 떠납니다.
그렇게 애지중지 침을 발라 기르던 새끼를
왜 혼자 버려두고 떠나는 걸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건
새끼가 혼자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언제까지나
어미 품만 의지하다가는
험한 숲 속에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발톱이 자라고 이빨이 자라
이제 혼자서 살만한 힘이 붙었다 싶으면
어미 곰은 새끼가 혼자 살 수 있도록
먼 숲에 버리고 오는 겁니다.
새끼 곰을 껴안는 것이
어미 곰의 사랑이듯이
새끼 곰을 버리는 것 또한
어미 곰의 사랑인 거지요.
그래요.
우리에게도 그런 사랑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산딸기밭을 눈여겨봐 두어야 해요.
아이들이 정신을 팔고 잇는 동안
몰래 떠나는 슬픈 사랑의 연습도 해둬야 합니다.
눈물이 나도
뒤돌아보지 않는
차가운 사랑을 말이지요.
「느껴야 움직인다」 -글.이어령-
4월 벚꽂이 피던 날 첫아이를 낳고
이듬해 그 아이와 함께 벚꽂 길을 걸었다.
우리 아이는 언제쯤 걸음마를 할까?
첫 돌잔치를 앞두고
아이는 한 발짝! 쿵! 두 발짝! 쿵쿵!!
아장아장 벚꽃길을 걷는 모습이
대견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고,
나름 첫돌까지 아이를 잘 돌본 것에 대해 스스로 기쁘기도 했었다.
아이의 걸음마를 위해
두 손을 놓아주고
혼자 걷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너는 벌써 엄마 손을 놓고 홀로 서는 준비를 하는 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고였다.
그날 처음으로 내품에서 떠나보내는 연습을 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는 시어머님께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우리 내외를 보시며
“너희는 지금이 제일 좋을 때다!
자식은 품안의 자식일 때가 제일 좋다“라고 말씀하셨다.
손자가 당신의 아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상황을 보시며
시어머니께서 당신의 아들에게 “너도 혼자 큰 줄 알지”라며 하시는 말씀이셨다.
시어머님과 함께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씀인데, 오늘따라 더 생생하게 들린다.
그 말씀 속에 부모의 노고를 몰라주는 우리 내외에 대한 섭섭함이 느껴졌다.
아이의 두손을 놓아 주던 때
나는 왜 눈물이 고였을까?
언제나 내 품의 자식으로 있기를 바라는 나의 욕심과
걷다가 넘어질까 염려하는 사랑 때문일까?
아이가 울면 바로 젖을 줘라!
아이가 울고 또 울고 더 큰소리로 울 때 까지 기다렸다가 젖을 줘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7살 아이는 나의 작은 목소리 보다는 큰 목소리에 반응할 때가 더 많아 졌다.
- 내리막길을 내려갈때면 “천천히! 멈춰!”
- 계단을 내려 갈 때는 “벽 잡고! 천천히! 조용히!“
+ 아이는 하고 싶은 대로 빨리, 멈추지 않고, 내려갈 것이고,
+ 벽도 잡지 않고 빠르게 소리지르며 내려갈 것을 나는 알고 있지만 저절로 소리가 나온다.
나는 아이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조금씩 성장할 때마다
나의 욕심과 염려하는 사랑이 빛을 바랄 것을 안다.
아이의 두 손을 놓아주던 때처럼
나에게도 또 하나의 사랑, 얼음장 같은 차가운 사랑이 있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오늘 아침에도 “엄마가 좋아! 엄마랑 놀고 싶어!” 라는 말을 들으며, 행복한 나이다.
우리동네연구소 바를 정(유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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