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전적으로 개인의 사견임을 밝힙니다.
‘여성 징병제’ 논란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남녀 평등복무제’ 안을 내놓으면서 여성의 군 복무 필요성을 주장하는 여론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인구 절벽 현상으로 인한 군 병력 감소가 아닌 진짜 배경은 따로 있다. 현 페미니즘 기조에 반감을 갖고 있는 20대 남성들 때문이다. 선거에서 진 민주당이 2030 남성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이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여성 징병제 목소리의 밑바탕에는 ‘공정’에 대한 요구가 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20대 남성들은 군 경험으로 인해 동일 연령 여성들보다 사회 진출 시기가 늦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군대에서 약 2년 간의 경력 단절을 보완해줄 대책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군 가산점제는 위헌이다. 공적 영역에서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남성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 ‘여성할당제’ 등의 정책은 2030 남성들의 불만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 후보가 현재(6월 6일 기준) 경쟁자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이 논란을 지켜보면서 묘한 불쾌감만 느낀다. 여성 징병은 진짜 공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약 2년간 사회의 불이익을 감수했으니 너도 똑같이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하자는 이야기는 사회의 생산적인 효과를 갖지 못한다. 성평등, 공정, 안보 등의 이슈가 얽혀 명료한 문제의식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여성 징병제’ 논란이다. 현재 ‘여성 징병제’가 그리는 안은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하지 못한 채 여성들의 인생 출발선을 후퇴시킨다. 논란이 지속되는 사이 2년 가까이 되는 20대 남성들의 군 경험은 진짜 헛된 시간으로 치부돼 버렸다.
팍팍한 현실 속에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군복무 논란으로 이어진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합리적으로 병력을 모을 계획이라면 군 복무 대상자에게 그 기간이 의미 있는 시간임을 확인시켜주어야 한다. 군대에서 넘치는 애국심을 느낀 이도(드물겠지만;;),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 이도 있을 것이다. 우리 세대에게 군대를 표현하는 다른 언어는 ‘감옥’이다. 총 들고 국경선에 서 있는 젊은 세대에게 그 시간이 거창한 이념론적 강요가 아닌 개인적 맥락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그게 먼저다.
2021.6.6.
우리동네연구소 지섭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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