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학교폭력 미투(metoo)’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여자배구 이다영·이재영 자매(흥국생명 소숙)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밝혀진 것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이다영·이재영 자매는 무기한 출전정지에 국가대표 자격과 지도자 자격을 박탈당했다.
가해자들은 공개 사과문을 통해 본인의 과거 행적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가해자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한들 이미 엎질러진 물은 주워담을 수 없는 법이라, 그 진심은 의심 받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뒤늦게 사과할 마음을 먹었다 한들 가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일단 사과를 하기로 했다면, 미안한 마음으로는 부족하다. 예의와 절차가 필요하다. 먼저 자기 변호가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그 다음 가해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해야겠다. 특히 주의할 점은 실망을 안긴 여론이나 지인이 아닌 '잘못한 사람'에게 분명히 사과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가장 어려운 일이 남는다. 피해자가 용서해 줄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는 것. 칼을 쥔 사람은 이제 피해자이고, 용서는 피해자의 의무가 아닌 '권리'다.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느냐, 무엇을 알고있느냐,
무엇을 믿고있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가 무엇을 행동으로 실천하느냐에 있다.
-존 러스킨(John Ruskin, 영국의 비평가 ·사회사상가)-
폭력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학교 폭력도 마찬가지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피해자들이 더 이상 숨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학교폭력 피해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재 가해자 SNS를 팔로우하고 있으며, 가해자가 잘되는 순간 과거행적을 터트릴 계획임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톡 대화기록, CCTV, 병원 진료기록... 폭력은 증거를 남긴다. 죄 짓고는 못 사는 세상이다. 한때 피해자였던 이들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 어른이 된 그들의 기억력은 여전히 또렷하고, 가해자의 죄는 잊혀지지 않았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생기는 이유는 단 하나, '가해자' 때문이다. 다만 학교라는 좁고 닫힌 사회에서 가해자에게 폭력을 멈추라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렵고, 피해자에게 화살을 돌리는 거나 못 본 척하는 일이 쉽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와 조력인에 대한 신변보호가 필요한 이유다. 다행이도 빗발치는 학교폭력 미투 속에서 "부끄러워해야할 사람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라는 여론이 형성될 만큼 세상이 자랐다.
가해자들이 '철없던 지난 날 저질렀던 행동'은 오늘의 학교에서도 반복된다.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현장에 있다. 때문에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서 본인의 피해사실을 공론화하는 일이 많아진 것은, 슬프지만 반가운 일이다. 지나간 시간은 돌이킬 수 없으나, 다가올 시간은 바꿀 수 있다. 필자는 더 많은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그 목소리를 타고 가해자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거세질 수록, 학교 안에서 가해자들이 활개를 치기 어려운 세상이 올 것이다.
달라질 세상을 위해 학교폭력 피해자는 용기있는 고발로, 방관자는 피해자에 대한 늦은 응원으로, 가해자는 처절한 자기반성으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해야겠다.
2021.3.10.
혜뜬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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