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6시면 일어나는 아들이 유튜브를 보고 있다. “책은 읽었니? 눈뜨자 마자 텔레비전을 보면 안 된다! 읽은 책 가져와봐!” 아들은 「석이와 고려장」 전래동화 책을 가져왔다. “석이는 누군데? 고려장은 뭐야?” 진짜 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물어보다가 내가 읽게 되었다.
아들과 며느리가 경제력을 상실한 늙으신 아버지를 밥만 축낸다고 산속에 버려두기로 한다. 아들이 지게에 지고 산중에 아버지를 버리고 돌아오려고 하는데, 함께 갔던 손자(석이)가 나중에 아버지가 늙으면 지고 온다며 그 지게를 다시 가져오려고 하자, 아들은 아버지를 다시 집으로 모셔 지성으로 봉양했다는 이야기였다.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신지 한 달이 지났다.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말과 그곳의 실태를 들어 알면서도 아버지를 모셨다.
나는 요양원이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아빠? 내가! 아빠가 더 편하게 계실 곳을 알아보고 있어요.”
아빠는
“가야지. 내가 알아봐서 진즉에 갔어야 했는데, 돈도 들고 아는 곳도 없고, 앞으로 살면 10년인데 그렇게 살면 뭐하냐! 나다녀야지”라고 말씀하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아빠도 정신이 빠져나가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가족들과 함께 힘들어 하고 계셨던 것 같다.
코로나19로 면회는 짧은 시간 동안 창문으로만 가능했다. 면회 갈 때마다 아빠는 우리가 데리러 온 줄 아시고 빨리 집에 가자는 말씀을 하셨다. 요양보호사는 “아버지는 나랑 같이 집에 가자”며 아빠를 달랬고, 보호자가 다녀가면 이틀 정도는 집에 가시려고 해서 힘들다며 “각자의 삶이 있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보호자를 보냈다.
아버지에게 불효하는 마음으로 또 요양보호사가 힘들 것을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어제는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 적용으로 2주간 창문을 이용한 비접촉면회도 시행하지 않도록 지침이 내려왔다고 했다. 백신접종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공통사항이다.
자식이 있어도 없어도
돈이 있어도 없어도
잘났어도 못났어도
지게에 업히는 것처럼 자동차에 태워서
자식들에게 떠밀려 그곳에 가게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 힘든
그래서 현대판 고려장
나의 삶은 무엇인지?
석이네처럼 아버지를 다시 집으로 모시는 것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본다.
2021. 7. 11. 바를정 유정순 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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