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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우리동네연구소

늘 같은 이야기는 바람이다


엄마의 친척 중에 수십년을 지금까지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병원에 누워만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셨다. “그 집 딸이 병원 간호사로 있으면서 엄마를 돌보는가 본데, 딸만 고생이지! 그렇게 누워만 있으면 뭐하냐! 아무 소용없지! 지금도 그렇게 누워만 있는가 보더라!” “그 사람이 누군데?” 여쭤보면 자세히 말씀도 안해주셨다.

엄마는 늘 같은 이야기로 상태가 좋아지지도 않는데 죽지도 못하고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삶을 연장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씀하셨고, 당신의 아스라했던 삶의 이야기를 잔소리처럼 들려주시며,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하셨다.


30대부터 병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40대가 되고서는 부모님 연세도 70대, 80대가 되셨고, 직장동료 친구들의 이야기가 나의 일로다가오고 있다.

나에게는 조금 빠르게 또는 조금 느리게, 누군가에게도 조금 빠르게 또는 조금 느리게 찾아오는 아픔과 슬픔들!

그동안 가족들이 큰 질병과 사고 없이 건강하게 살아온 것을 큰 복으로 알고 감사하며 살고 있다.


어느날 엄마 주변의 어르신들이 병원에서 인공호흡기 착용하고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신청을 부천원미보건소에 했다는 말씀을 들으시고 나에게 한번 알아보라고 하셨다. 나의 정신으로 엄마말씀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몇 번의 늘 같은 이야기를 듣고서야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해 알아보았다.

코로나19로 부천원미보건소는 업무중단 상황으로 오정보건소에서 한다고 했다. 시흥은 보건소소관업무가 아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한다고 했다.

엄마는 시간이 언제 나냐며 아빠와 함께 가야 한다고 늘 같은 이야기로 재촉하셨다.

나는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시는 아빠와 엄마를 모시고 능곡동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찾아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전화 안내멘트 ‘국민을 건강과 행복을 우선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입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지사방문을 자제하오니 이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처럼 엘리베이터 앞에 사무공간을 마련해서 접수받고 있었다.

2018년 2월 4일에 시작된 연명의료결정법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위해 하루에 10명 정도 방문한다고 했다. 공단직원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필요한 호스피스 이용 의향도 물었다. 나는 회사동료 어머님이 위독하여 호스피스병원을 찾았던 기억이 스쳐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짧은시간에 우리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엄마는 “이제 할 일을 다했다”며 자식들에게 짊어지게 할 일을 해결하신 듯 시원해하셨다.


80세이상 환자 경우 본인 결정은 7%만, 그 외 나머지는 다 가족들이 대신 결정. 그래서 ‘가족이 대리 결정을 할 때에는 환자 본인이 결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연명의료를 더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고, 그래서 결국에는 환자가 실제로 원하는 게 정말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아야 한단다.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취지에 따라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환자에게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런 권리를 보장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약칭:연명의료결정법).

의사의 말에 따라 환자 상태를 호전시키지 못하는 연명치료를 지속할지 중단할지를 내가 미리 결정하여 그 상황이 닥쳤을 때 가족 누군가가 결정해야 하는 부담을 조금 덜었으면 좋겠다.

그 후 엄마는 늘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다.

생각해보니, 늘 같은 이야기는 엄마의 바람이셨다.


우리동네연구소 바를정 유정순지기

2021.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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