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아이들과 망고를 맛있게 먹고 씨를 버리려 씻고 있었다. 망고 지름만큼 커다란 씨앗에 붙어있는 살을 마저 씻는 동안, 커다란 잠자리 날개 같은 씨방 안에 웅크린 강남콩 같은 씨앗이 햇빛에 비쳐 보였다. 그 모양이 태아와 같아 차마 쓰레기통에 넣지를 못하고 우두커니 생각에 잠겼다.
조심스럽게 씨방을 열어 보았다. 강남콩 같은 씨앗은 탯줄과도 같은 끈으로 씨방과 이어져 있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탯줄을 끊고 씨앗을 심기로 했다. 커다란 씨앗을 어떻게 키울까 생각하며 유튜브를 검색해 망고 씨앗 심는 법을 배웠다.
바로 흙에서 싹을 틔우긴 어려워 얕은 접시에 물에 적신 휴지나 솜을 두고 그 위에 올려 싹트길 기다린단다. 씨앗이 살짝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기다렸다. 며칠 지나 씨앗이 열리며 다리를 쑤욱 내밀었다. 그 다리가 얼마나 강인하던지 제 몸을 밀어 올려 마치 예전에 키우던 장구벌레와도 같이 우뚝 섰다. 아.. 참 신기하고 웅장했다.
싹이 난 씨앗은 길이가 긴 화분에 깊이 심는다. 망고 씨앗이 세 개였는데 하나하나 크게 자라기 때문에 한 개씩 각각 화분에 심었다. 뿌리는 보통 30cm이상 내려가기 때문에 씨앗에 비해 깊은 화분에 심었다. 웅크리고 기다렸다.
뿅! 하고 자그마한 줄기와 이파리가 올라왔다. 가늘고 여린 줄기가 위로 솟았는데 터무니없이 커다란 이파리가 달린다. 줄기가 버티겠나 싶을 정도로 무척 커다란 갈색 이파리. 시간이 지나며 초록을 띠며 쳐져있던 이파리가 꼿꼿이 펼쳐진다.
더운 날씨에 크는 나무인지라 겨우내 실내에 두었다. 코로나로 꽁꽁 얼어붙었던 봄이었다. 그럼에도 무럭무럭 자라 드디어 베란다 밖 실외기 위에 두어 비를 맞추고 햇빛을 쬐였다. 까치가 날아와 아직 작은 화분에 나뭇가지를 옮겨 놓는다. 망고나무의 미래를 보는 새일까?
세 그루의 아름다운 나무를 꿈꾼다. 온 식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쑥쑥 자라는 망고나무들에게서 생명의 고운 힘을 본다. 차마 버리지 못하도록 내게 텔레파시를 보냈을 씨앗의 목소리를 생각한다. 그 소리는 귀가 아닌 침묵과 멈춤과 응시 속에 내게 들어왔구나.
우리동네연구소 나무(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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