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때 이사간 집 앞엔 황량한 들판이 있었고 그 길가에 떡볶이를 파시는 노점이 있었다. 1학년인 동생과 가서 맛있게 먹고 ‘비법’을 전수 받았었다. 고추장, 간장, 쇠고기 다시다, 설탕을 넣으라 하셨다. 하지만 다시다는 그 때도 지금도 집에 없는 터라 비슷한 재료를 찾다가 멸치가루 등을 넣어봤었다. 무엇보다 내가 요리해서 동생에게 무언가를 만들어주었다는 뿌듯함이 기억이 난다.
그 뒤로도 레시피는 계속 변했다. 야채나 버섯을 더 넣기도 했고 실제 고기를 볶아서 넣기도 했다. 최근에 세팅한 레시피는 간결하고 담백한 오리지널 맛을 낸 것이다. 1인분 물 120cc에 마늘과 양파를 조금 넣고 설탕 1티스푼, 고추장 1스푼, 떡 한 줌. 졸이면서 신선한 파를 뿌린다. 매운맛을 즐기면 매운 고추가루를 조금 덧뿌린다. 여기서 포인트는 간과 매운맛을 오직 고추장으로만 내려 하면 텁텁해진다는 것이다. 이번 어머님 고추장은 간이 조금 있어 많이 넣지 않아도 간이 맞아 간장이 필요 없고 개운하다.
떡볶이는 내가 먹으려고 만드는 일은 거의 없다. 엄마표 떡볶이를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와 가끔 그걸 시샘하는 남편에게 만들어준다. 늘 맛이 들쑥날쑥이지만 이번엔 조금 정량을 맞추는 법이 생긴 듯 하다.
내게 있어 떡볶이란 어릴 때 동생과 열심히 비법을 듣던 노점, 들판의 바람, 동생과 보낸 저녁이 떠오르고 이제는 아이의 미소가 떠오르는 그리움의 음식이 되었다. ‘요리’하며 느낀 것은 이것저것 몸에 좋다고 섞어 잡탕을 만드는 것 보다 꼭 필요한 맛을 내는 재료를 꼭 필요한 만큼만 넣어 꼭 필요한 만큼의 가열로 만들어내는 것이 맛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사랑의 방식도 그러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주고 싶은 것 보다 받을 사람에게 다가갈 때 개운하고 맛있고 행복한 지점을 계속 맞추어 가는 것, 완벽한 레시피란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족한 대로 계속 연구하며 살아야겠다.
202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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