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을 이유로 1년 7개월만에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코로나라는 이유로 많은 일상들을 포기하는 시간들이었다. 하기 싫은 일을 안 하는 것에는 참 좋은 핑계거리이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만드는 것은 원망스럽다. 지난 주 전북 장수에서 2박3일을 벗들과 보낸 것은 행운이다. 집에 있는 병약한 두 고양이는 동네 벗이 지켜주고 나는 3명의 병약한 20년 지기들과 함께 여행을 시작하였다. 부천 노동운동사에 주역이었던 사람들은 하루 서너번씩 약을 먹고 있었다. 섬유근육통, 우울증, 불면증 약을 먹으며 상대의 약과 비교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하고 지금까지 나를 지켜준 옆에 있는 속없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도 생겼다. 3시간 예정으로 출발한 우리는 휴게소를 3번 들리면서 4시간 후 장수에 도착하였다. 느긋하게 먹거리를 사고 느긋한 주인장이 기다리는 집으로. 저녁 식사와 술상을 각자가 할 수 있을 만큼 준비하고 함께 시간을 즐긴다. 졸린 사람은 얘기하다 한쪽 구석에서 잠이 들고 아직 기운이 남은 사람들은 말리는 사람에게 괜찮다며 무리하게 술을 먹고 있다. 그러다 기어코 다 쓰러져 잠이 든다. 다음날 6시에 하나둘씩 일어나 서성이다 9시가 되면 누룽지를 끓여 먹고 기운을 차리며 지리산으로 향했다. 비가 오고 추워서 다행히 산행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예정되었던 식사는 아주 신중하게 선택하고 진행되었다. 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은 우리들의 모습을 과연 20년전에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각자의 자리에서 아직도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고민하는 중년이 되어가는 벗들을 위해 힘차게 노래를 불러본다. “ 민들레 꽃처럼 살아야한다.. . 특별하지 않을지라도 결코 빛나지 않을지라도 ~” 2021.6.25. 원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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