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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우리동네연구소

[아직은 제목이 없습니다]_3화


2017년 10월 16일

바다 때문에 마루를 뜯어냈던 주인장이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고양이를 구조해왔다.

너무 작아 놀랐다. 안 좋은 생각이 들어, 첫날은 거실에서 혼자 재웠다. 밤새 우는 소리에 다음날 동물병원에 데려가 검진을 받았다.

“밤새 울어요. 어디가 아픈가요?”

“엄마 보고 싶어 우는거예요. 배도 고프고”

“눈은 왜 못 뜰까요?”

“너무 어려서 어미가 핥아줘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좋아져요”

“안약을 주시면 안 될까요?

“너무 어려서 안 돼요. 물수건으로 자주 닦아 주세요”

집에 데려와서도 한동안 너무 작아서 만지기도 어려워했다.

“이름을 뭐라고 하지?”

“들판이라고 하자”

“판자가 들어가니까 천박해 보여. 들녘으로 하자”

남편과 이름으로 한참 얘기하다 내 주장대로 들판이가 되었다.

바다는 들판이를 자기 아기 다루듯 핥아주고 안아 주고 놀아 주었다. 둘 다 수컷인데, 마치 모녀지간처럼 애틋했다. 한동안 들판이는 내 바지 주머니에서 생활했다.

들판이는 바다를 때리고 숨고 그런 들판이를 바다는 항상 품어 주었다.



2018년 1월 10일

아침부터 바다가 구역질을 하며 먹지를 못했다. 전날 밤까지 잘 놀던 아이라 가볍게

생각하고 동네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날 남편 직장에 큰 일이 있어 오후 2시 이후에는 움직일 수가 없어 다니던 병원에 갈 수가 없었다.

간단한 혈액검사 후 수액을 처방할 수 있다하여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결과는 복막염.

너무 늦게 발견해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며 집으로 데려가거나 안락사를 권했다.

남편이 나에게 잠깐 자리를 비켜 달라하였다. 그리고는 나와서 입원하기로 했단다. 24시간 병원이 아닌데, 밤에는 어떻게 상태를 확인하는지 물었다. 오후 8시 이후 병원엔 아무도 없다. 그럼 밤 동안 응급상황이 생기면? 그 점은 미리 남편에게 설명했단다. 바다가 가는 모습을 내가 감당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들판이에게도 보일 수 없다 생각해서 남편이 내린 결정이었다. 감당하지 못할 충격이었다.

병원 밖으로 나와 길에 앉아서 엉엉 울며 안 된다고 소리 지르며 남편을 흔들면서 울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불륜영화 보듯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고, 그런 나를 남편은 설득하려 했으나, 그렇게 바다를 보낼 수가 없었다. 나는 당시 26년차 간호사였다. 많은 사람들의 임종을 지켜봤고, 살리기 위해서 온 몸을 던지기도 했다. 내 가족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바다를 집에 데려왔다. 그리고 밤새도록 바다를 지켜봤다. 다행히 바다는 아침까지 버텨주었고, 다음날 평소 다니던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 들판이와 함께 면회를 갔다. 바다는 그 순간에도 들판이를 핥아주려 했다. 3일 후 사료거부로 조기퇴원을 하게 되었다. 주의사항을 듣고 나오면서 90도 각도로 인사를 하고 바다를 안고 나왔다. 퇴원 후 바다는 치료식을 먹으면서 건강을 회복했다. 평소 먹던 간식은 못 먹지만 그래도 함께 있음을 감사해했다.

들판이도 예방접종을 하고 중성화 수술을 했다. 바다 때는 온갖 질문을 했으나, 이젠 좀 편해진 듯하다. 사실 바다가 첫 정이라 더 많이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어렸을 때 왜 오빠만 예뻐하느냐고 엄마에게 반항했던 기억이 난다. 첫정은 미안함과 고마움이 같이 생길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바다와 들판이를 키우면서 엄마에게 잘 키워줘서 고맙다고 한 기억이 난다. 엄마가 웃으면서 언젠가는 이해해 줄 거라고 믿었단다.

바다와 달리 들판이는 식탐이 많아 밥 먹을 때는 전쟁이었다. 서서 밥 먹는 경우도 많았고, 뭐든 물고 도망가는 들판이 때문에 청소도 더 자주하게 되었다. 둘째가 주는 기쁨도 컸다. 항상 옆에서 자려고하고 커 가는 모습이 컴퓨터나 책이 아닌 생활로 알게 해 주었다.


바다와 함께 살기 전에는 다육이를 키우는 것이 취미였다. 베란다 가득 각종 다육이를 키우며 조금씩 크는 모습을 보는 것도 기쁨이었다. 옷이나 신발을 쇼핑하는 대신 다육이 쇼핑이 내 취미 생활이었다. 호기심 많은 들판이가 집에 오고 화분들은 방으로 피신을 하였고, 가끔 문이 열리면 어김없이 들판이가 화분을 엎었다. 하나 둘 화분을 정리하였고, 엄마가 아이를 키우면서 좋아하는 것을 하나 둘 포기하는 심정을 알게 되었다.


얌전한 바다와 호기심 많은 들판이.

들판이는 미닫이 중문을 열고 나가 한참을 현관 앞에서 놀고 들어 왔다. 보지 않으면 믿지 못 할 관경이다. 바다는 그런 들판이가 신기한지 항상 옆에서 지켜봤다. 바다의 어린 시절을 모르는 우리는 바다에게 종종 어떻게 살아 왔는지 묻곤 했다.

바다는 귀가 접혀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스코티시 폴드이다. 바다를 키우기 전엔 별 관심없던 것들이 보인다. 스코티시 폴드는 같은 형제자매가족끼리 또 교배시켜서 태어나게 하고 그런 식으로 유전자 조작으로 유전병이 발생하는 고양이다. 귀가 앞으로 접혀있거나 꼬리가 짧고 두꺼우면서 관절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이상과 통증으로 인해서 고양이가 점프를 못하거나 활동을 못하는 것을 많이 볼 수가 있단다. 너무 사랑스럽지만, 불쌍한 바다. 그래서 바다는 항상 얌전한 고양이다.



​우리동네연구소 최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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