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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우리동네연구소

[아직은 제목이 없습니다]_4화

2018년 10월 16일.

들판이가 집에 온지 1년이 되었다. 들판이를 데려온 부부를 초대하고 생일 파티를 해 주었다. 들판이가 선물 받은 장남감을 바다가 독차지하고 한참을 놀았다. 평소 들판이에게 양보만 하던 바다가 신나게 놀아서 가족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고. 들판이보다 사람들이 더 신나서 한참을 사진 찍고 놀았다.

이틀 후 토요일 오후 근무여서 아침 동안 바다와 들판이와 놀아주었다. 바다는 밥을 안 먹어 손에 하나씩 놓고 먹여 주면서 요즘 바다가 어리광이 심해진다고 생각했다. 출근을 하면 뽀뽀해주는데, 오늘은 안 해주네 하며 출근을 했다. 오후 6시경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바다, 밥 먹었어?”

“응. 몇 알. 왜?”

“숨 쉬는 게 이상해. 병원에 전화해 봐”

“토요일 오후라 퇴근했을텐데”

“그래도 해 봐”

전화를 끊고 바다가 다니는 병원에 전화를 하니 다행이 전화연결이 되었으나, 퇴근 준비란다. 가는데 40분인데, 퇴근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기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 전화를 끊고 집 근처 24시 동물병원으로 데려가라고 남편에게 부탁했다. 밤 11시 퇴근 후 집에서 바다 이불과 화장실, 사료를 가지고 바다를 면회 갔다. 바다는 산소방에서 꺼내 달라고 울었다. 아직 검사가 다 끝나지 않았고, 아침에 추가 검사 예정으로 진단명은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초진이어서 병원비를 결제해 달라고 하여 좀 의아했지만, 결제를 하고 새벽이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 달라고 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새벽 3시까지 무슨 일 없기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다. 아침 9시 넘어 일어나니 부재 중 전화가 있어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바다가 떠났다?

남편과 나는 다시 병원에 걸어 바다를 찾았다. 바다는 떠났다!

혼자 간 바다를 생각하니 푹 잔 내가 너무 미워서 정신이 나가는 듯했다. 어떻게 바다를 입원시키고 그렇게 잘 잘 수가 있었을까? 모르는 곳에서 혼자 있으면서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오후 2시에 출근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모든 것이 정리되지 않았다. 남편은 우선 나를 진정시켰다. 바다를 데려 오고, 좋은 곳으로 보내주자고. 한바탕 울고 병원으로 갔다. 남은 병원비를 계산하고 바다를 데리고 나왔다. 김포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갔다. 바다를 보내는 동안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울었다. 그 동안 여러 사람들이 오고 갔다. 한 분이 남편에게 말을 걸었고, 그 분은 키우던 강아지 중 여럿을 떠나보냈다고 한다. 울고 있는 나를 보면서 한동안 많이 힘들어 할 거고 옆에 잘 있어 주라고 당부하셨단다.

작은 단지 속 바다를 집으로 보내고 난 출근을 했다. 근무를 바꿔주겠다는 동료가 있었으나, 일요일 휴식을 뺏을 수가 없었다. 그 후 한 달 가량 갑자기 눈물이 나고 바다가 옆에 있는 것 같아 찾아 다녔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이제 그만하면 안 돼?”

“뭘?”

“바다가 떠나서 나도 들판이도 힘들어. 왜 혼자만 힘들다고 하는 거야? 들판이가 당신 눈치보는 거 안 보여”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다. 평소와 같이 축구하러 다니는 남편이 미웠고, 밥 잘 먹는 들판이가 미웠다. 그러고 보니 늘 나랑 자던 들판이가 혼자 자고 있었다. 내가 들판이에게 소리 지르고 밀어 냈단다. 형도 없어 외로웠을 들판이 생각은 하지도 않고 나만 힘들다고 동네방네 티를 내고 다녔다. 미안한 마음에 안으려고 하자 들판이가 도망을 갔다.

항상 아픈 바다가 내겐 우선이었다. 어릴 적 나만 미워한다고 입에 달고 다녔는데, 들판이가 그런 심정이었을까? 부쩍 커버린 들판이를 보면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함도 있었다. 들판이에게 바다는 어떤 존재였을까? 바다를 보내고 그동안 찍었던 사진으로 앨범을 만들었다. 들판이는 항상 주변인물로 등장했다.

미안해. 들판아!

우리동네연구소 최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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