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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우리동네연구소

[아직은 제목이 없습니다]_5화. 이제는 제목이 있습니다


바다가 가고 들판이가 부쩍 혼자 있으려고 하고 자주 울고 다닌다. 아마도 고양이 우울증인 것 같단다. 이러다 들판이까지 떠날 것 같아 정신을 차렸다.


들판이 생일 후 한 달 만에 아기 고양이가 놀러 왔다. 입양처를 찾고 있고, 아직 이름이 없는 아기는 우리 집에 놀러와 별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예기치 않게 그날부터 별이는 우리 식구가 되었다.


다음날, 별이도 동물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다. 별이를 병원에 데려가려고 이동장에 넣자 들판이가 달려들었다. 아마 바다 생각이 난 듯하다. 별이는 귀에 진드기가 있어 한동안 병원에 다녔고, 예방접종도 해야 해서 자주 병원에 갔다. 그 때마다 들판이는 문 앞을 지키며 움직이지 않았다. 병원에 다녀오면 별이 옆을 떠나지 않고 핥아 주느라 밥도 안 먹는 들판이가 신기했다. 마치 바다가 들판이에게 해 주었던 것처럼 들판이가 별이를 챙기고 있었다.



매달 가는 여행을 바다가 오면서 미루고 들판이 까지 생기면서 2년 동안 당일 여행만 다녔다. 여행을 가서도 바다와 들판이가 보고 싶고 걱정되어 아침에 갔다 저녁 일찍 돌아오곤 했다.

큰 마음먹고 3박 4일 들판이와 별이를 데리고 여행을 가기로 했다. 이번 기회에 잘 지내면 한 달에 한번 가족여행을 다니기로 했다.


화장실, 밥그릇, 물그릇, 사료, 간식, 이불, 장난감. 혹시 몰라 배변패드도 구입했다. 이동장을 알아보다 둘이 함께 있으면 덜 힘들어할 것 같아 박스로 만들었다. 짐이 트렁크로 가득하다.

첫날 원주 가서 1박하고 다음날 전북 장수 가서 2박하고 마지막 날 당진에 들려 놀다 밤에 돌아온다는 계획이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오전 근무를 마치고 오후 3시경 원주로 떠났다. 원주에 도착하여 저녁밥을 먹고 6시경 친구 집에서 도착하여 들판이와 별이를 방으로 옮겼다. 들판이가 이불 속으로 숨어 나오지 않았다. 처음이니 그러려니 하고 놀다 잠이 들었다. 새벽에 자다 깨보니 들판이가 잠을 안자고 떨고 있었다. 밥도 안 먹고 물만 먹고, 한숨도 안잔 듯 했다. 별이는 그래도 잘 놀고 있었다. 아침 9시경 다시 집으로 돌아 왔다. 오는 동안 들판이에게 미안하다고 싹싹 빌었다. 그리고 점심 먹고 다시 원주로 갔다. 다음날 집에 들려 들판이와 별이 상태를 확인하고 장수로 떠나고 이틀 후 돌아와 점심 먹고 당진으로 떠났다. 당진은 저녁만 먹고 돌아왔다. 3박 4일동안의 여행을 무사히 마쳤으나, 강아지와 같이 여행 다니는 사람들이 부럽다.

별이는 소심하고 예민한 고양이다.


별이는 처음 한 달동안 이불에서 오줌을 누웠다. 하루 한번에서 두 번 정도 빨래를 해야했다. 바다와 들판이를 키우는 동안 가끔 이불에 실수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일상이 되니 힘들었다.

밥 먹을 때도 들판이 밥그릇을 보고 와서 먹는다. 화장실이 지저분해도 안가고, 간식도 잘 안 먹는다. 잘 놀긴 하지만, 오래 놀진 않아 비만 고양이다.

어느 날, 갑자기 3시간 동안 별이가 울어 병원에 데려갔다.


“어떻게 오셨어요?”

“3시간 동안 울기만 해요. 검사해 주세요”

“무슨 검사요?”

“일단 초음파랑 소변검사 해 주세요”


좀 이상하다 생각하는 듯했으나, 소변검사에서 균이 나와 항생제 처방을 받고 돌아 왔다. 그런데, 2주가 넘도록 증상이 좋아지질 않아 다시 병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바다가 다니던 병원은 너무 멀고 24시간 병원이 아니어서 근처 24시간 병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병원을 옮겼다. 소변의 염증은 호전되었단다. 결론, 너무 예민한 비만 고양이!!!

체중관리와 신경안정제 처방을 받았다.

남편도 코로나사태로 3개월 동안 4kg 늘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사람이나 고양이나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인 것 같으나, 아직 성형이 완성되지 못하고 있다.

바다가 처음 왔을 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내 옆에도 못 오게 하던 고양이를 이젠 한 이불에서 잔다. 털 때문에 로봇청소기, 건조기도 사고, 들판이가 기침을 해서 공기청정기도 샀다. 아마 이런 정성을 부모님께 했다면 표창장을 받을지도 모른다.

요즘 사람들 애들 키우면서 너무 유난스럽게 키운다고 거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내가 요즘 사람이 될 줄이야.

바다가 가고 보내준 별이 때문에 다시 웃고 행복하다.

바다가 모든 생명의 무게가 같다는 것을 가르쳐줘서 고맙다.

처음 연구소에서 매주 한번 글쓰기 제안을 했을 때 바다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하지만 제목을 정하기 어려웠다. 나에게 많은 사랑을 가르쳐주고 간 바다에게 감사하고, 함께 있는 들판이와 별이에게 이미 알고 있겠지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 집 사랑둥이들을 사랑해주고 마음으로 받아 준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

이 글을 마감하면서 제목을 정할 수 있었다.

이 글의 제목은 '사랑을 배우다'


우리동네연구소 최원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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