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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우리동네연구소

[꿈틀대기] 우리 몸에 새겨진 불평등의 흔적들

최종 수정일: 2021년 8월 28일

흔히 스스로 잘 관리하기만 한다면 모두들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각은 스스로의 건강을 잘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만 때로 건강상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스스로의 관리에 소홀한 사람이라 비난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건강이 과연 개인의 문제일 뿐일까요? 오늘은 바로 그 질문을 던지면서 그 구체적인 사안들 하나하나를 연구결과들을 통해 확인해보며 해결책을 궁리해보려는 책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책은 시민건강연구소에서 펴낸 [몸은 사회를 기록한다]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우리의 건강이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지역과 직장 학교에서의 불평등, 차별 부패, 제도, 정치 등의 사회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과 소진을 유발하는 고용 불안의 문제, 산재 위험성을 가중시키는 산재예방자원에 제한적인 구조적 문제, 실업상태보다 더 해로운 불안정 고용과 나쁜 일자리, 비자발적인 경력단절이 불러오는 부정적인 건강효과, 노동시장의 2등 시민과 정신 건강 악화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여성들의 삶과 같은 노동 현장의 문제들을 검토하면서 불평등한 노동현장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각 개인들의 건강에 위해를 가하게 되는가를 보여줍니다. 또한 아동 청소년기 여학생들이 경험하는 성적 괴롭힘으로 인해 이후 얼마나 장기적으로 건강상의 문제를 겪게 되는지를 살펴보며 건강이 인권의 문제이기도 함을 말해줍니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혐오와 차별이 초래하는 건강상의 문제를 살펴보면서 성소수자 뿐 아니라,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사람들도 건강이 나빠진다 사실, 이주 아동들이 제때 의료를 이용할 수 없도록 되어있는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 그리고 미등록 이주 노동자에 대한 단속이 당사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이며 우리사회 전체의 ‘건강 공멸’의 실태를 드러냅니다.


더불어 부패, 민주주의, 투명성 같은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접하던 가치들이, 정경 유착된 기업일수록 더 많은 산재와 사망사고를 유발한다는 구체적인 비극의 숫자로 분석된 연구결과로 나타납니다. 전관예우, 정치인과 감독기관 출신 낙하산들, 각종 사고와 참사에 관련된 뇌물 등에 대한 뉴스가 빈번한 우리의 현실이 최악의 산재공화국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하는 대목이라고 생각됩니다.


저자는 우리의 현행 정책들이 이와 같은 현실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산재보험, 주거정책, 환경정책 등도 살펴보면서, 15조가 넘는 기금을 적립한 산재보험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노동자들이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수년씩 법정투쟁을 벌여야 하는 현실, 건강하고 안전한 삶의 공간을 보장해야했던 주거정책이 투자와 개발을 위주로 하는 부동산정책으로 대체 추진되면서 주택소유자와 세입자간 부의 격차와 그에 따른 건강격차까지 발생시키고 있는 현실, 그리고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는 화력발전소와 같은 오염원에 대한 사회적 규제와 감시를 방기함으로써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며 각자도생함에 따라 경제력에 따른 오염 노출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환경정책들을 고찰하고 비판합니다.


저자는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각종 사회정책들을 개선하기 위한 정치적인 노력과 새로운 아이디어, 그리고 과학기술을 을 이용한 혁신들을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연대의 공동체의 힘이 회복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구체적인 실천의 모습들로 각 당사자 개인은 물론 사회전체에 장기적인 건강상의 문제를 유발하는 소수자, 약자,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 괴롭힘에 대해 과거처럼 ‘가해자-피해자’로만 국한하여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그 주변의 제3자들이 혐오를 반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과 정치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아동의 건강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최저임금의 인상과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노르웨이이 내과적 임신중절 도입의 사례처럼 외과적 위험과 치료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여성친화적인 진료지침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캐나다 맥길 대학의 앤더만교수가 제안한 클리어 지침(CLEAR; Community Links Evidence to Action Research Collaboration)을 소개하며 보건의료 현장에서 의료 서비스 제공을 넘어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해 묻고 타당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회보호 프로그램에 연계해 주는 실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함께 읽어보시길 권하며, 저자들이 책에 인용한 병리학자 루돌프 피르호(Rudolf Virchow)가 했다는 유명한 격언을 소개합니다. “의학은 사회과학이며 정치는 대규모의 의학일 뿐이다”


2021.7.15.

우리동네연구소 종민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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