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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우리동네연구소

[꿈틀대기] 우리가 (시흥에서)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 ‘할머니’의 꿈

“우리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이번에 국회의원이 된 장혜영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말이다.

발달장애인 동생의 탈시설기를 영화로 찍었던 사람, 얼마 전 국회에 의원으로 입성한 그가 감독이던 시절 연사로 참석했던 강연회 자리에서 그는 “우리 자연사 하자”며 청중을 웃프게 했다.

그러게. 나는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살고 있을까.

얼마 전 현충일, 우리동네연구소 사람들이 원교 선생님의 초대로 한 데 모였다. 코로나19를 피해 찾은 성주산에는 유독 여자 어른들이 많이 계셨는데 그 모습이 참 좋았다.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오랜 꿈에 간만에 동기부여가 되는 순간, 우렁찬 목소리의 할머니 한 분을 앞에 두고 산등성이 운동을 해서인지 이왕이면 기운차고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었다.

# 어쩌다 어른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는 꿈이 뭐냐는 물음에 손쉽게, 오랫동안 해오던 대답이었다. 질문자의 나이를 막론하고, 앞으로의 꿈에 “좋은 어른” 은 꽤 그럴듯한 답변이 되어주었다.

“나는 우리가 꾸는 꿈이 직업이 아니라 오롯한 나의 시간에 무엇을 하는 사람으로 소개되었으면 좋겠어. 평소에 동그라미 모양으로 웃고 생각하다가도, 나쁜 말에는 또박또박 의견을 말하는 신념있는 사람이면 좋겠어. 잘 웃고, 그만큼 화도 잘 내면 좋겠어.” 주문을 외우듯 다짐을 하면서 대체로 꾸역꾸역, 때때로 후루룩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이제 바라마지 않던 좋은 어른의 꿈은 고이 접은 지 오래다.

“어른도 안 어른도 벅차다 벅차. 어른이면 됐지, 구태여 좋기까지 해야하나. 안 좋으면 어때. 해롭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하고 생각하게 된 것이 어쩌면 조금 더 어른이 된 증거일지도 모른다. 요새는 그저, 내가 잠깐의 경험으로 사람과 시절을 단언하려 하지 않으려 애쓸 따름이다. (근데 쉽지 않아서 잘 보이는 곳에 베를린 장벽(회사 분한테 갑자기 선물 받음) 조각을 올려두고 한 번씩 쳐다봐야 함)

그럼에도 굳이 기준을 세워보자면, 오늘자 나의 ‘좋은 어른’은 우선 첫째로 벌벌 떨려도 해야할 말은 하고, 입이 근질거려도 하지 말아야하는 말은 하지 않는 사람.

두 번째는 벌떡벌떡 1분에 한 번씩은 이불을 차도 부족한 밤, 내일의 안온한 일상을 위해 애써 심호흡하며 이불을 파고드는 사람.

거기에 욕심을 더 부려보자면, 미움을 이틀 이상 넘기지 않는 사람이면 더 좋겠다.

마음 상하는 일이 몸으로 옮겨 붙지 않게 하루 끝을 잘 정돈하는 사람.

하루 중 10분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

아, 됐고 그냥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귀여운 거 최고. 될래요, 할머니.


우리동네연구소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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