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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우리동네연구소

[꿈틀대기] 우리동네연구소 분들께

안녕하세요. 반이누나입니다.

안녕하세요. 신천동 주민 ‘반이누나’입니다.

비오는 날 등교 길에 만난 고양이, ‘반이’ 누나로 산 지 8년째구요.

사실 남자사람 동생도 있습니다.

갑자기 웬 편지냐하면,

원래 쓰고 싶은 주제가 있었는데, 너무 늦게 글을 쓰기 시작했지 뭐에요.

퇴근길에 목차를 짜두고 저녁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한글 프로그램을 켜는 데만 30분이 걸리더라구요.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서, 과거의 저에게 글을 꾸어오기로 했습니다.

거의 10년 전에 썼던 시인데, 시만 쓰기에는 영 민망하여서

편지말로 글을 열어보았어요.

더 난데없는 ‘사주’이야기

시를 옮겨적기 전에 난데없는 소리를 하자면

저 요즘, 사람들이 왜 사주를 보는지 알겠는 거 있죠.

전에도 재미로 타로나 사주를 보러 간 적이야 있지만,

친구따라 강남가는 마음이 반 이상이었는데

내일이 무섭고 깜깜할 때,

초년-중년-말년운을 이야기하는 사주풀이를 듣는 게 퍽 위로가 되더라구요.

그게 좋은 때든 나쁜 때든, 아이고 다 지나가겠지 잘 지나가보자하구요.

삶이 너무 다채롭고 버거워서 사주를 공부했다는 지인을 몇 년 만에 만났는데,

그 사람 말이 사주는 ‘계절’ 같은 거래요.

영향을 주는 여러 상황들 중 하나인거지, 요즘 세상에 여름에만 수박 나오는 거 아니니까

결과에 너무 마음 쓰지 말라면서요.

제가 사주 보러갈 때마다 듣는 말이 있는데, 제 말년 운이 퍽 좋대요.

초년 운에 힘든 시기가 있지만,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무사히 건널 수 있을 거라구, 덕분에 성숙해질 거라구요. 그 말을 듣는데, 연구소 분들이 떠오르더라구요. 제 동네생활에 멋지고 따뜻한 이웃사촌이 되어주셔서, 따뜻한 활동 꾸려갈 수 있게 해주셔서 참 감사해요. 모두들.

이 글로 말할 것 같으면..(시時시時 시작..!)

혹시, 신천초등학교 옆으로 (지금은 신천동주민센터 있는 자리) 그 일대가 원래 다 논밭이었던 것 기억하시는 분 계실까요?

어릴 때, 신천중학교가 생기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주말농장을 했었는데요. 이제 동네 풍경이 꽤나 달라졌지만, 그 시기에 봤던 하늘 색감이나 날 것 그대로인 여러 소리들이 신천동을 떠올릴 때 배경색으로 늘 깔려 있는 것 같아요.

10년 전에 썼다는 시는, The Nothing Book이라는 작은 노트를 선물 받아서 이걸 대체 뭘로 채울까하다, 시를 좋아하니 시를 써보자며 썼던 시 세 편 중 하나에요.




시의 배경은, 코스모스 피는 이른 가을이구요. 시간은 노을이 막 지기 전, 흙바닥이 아직 샛노란빛이고, 하늘은 연하늘이랑 주황색이 뒤섞인 때의 밭 풍경입니다.

시의 화자(어린 아이)는 시 내용에는 등장하지 않는 관찰자구요.

‘집에는 언제가나..’ 하고 멍하게 밭 어딘가에 앉아있는데, 모르는 동네할머니들이 밭 근처에서 얼쩡거리고 있는 다른 또래아이 흉(?)을 보며 농치는 걸 듣는 상황입니다.

이제 진짜 ‘시’작!

<마음밭>

아직 무엇하나 제대로 영근 것 없이

제멋대로 고른 땅자리에

한 눈에도 어린 주인이 서 있다

저번 날엔 속없이 헤실헤실 웃더니

오늘은 어째 죽상이다

지나던 아낙이 괜히 제 친구 옆구리를 쑤신다

‘저년 조것 모양새가 너 어릴 적이랑 꼭 같구나’

그 말에 친구를 쪼아대다 멀리 소녀를 보는 아낙의 얼굴에

슬그머니 금줄이 걸린다

짧은 해설

이거, 시보다 해설이 쓰기 어렵네요.

등장인물은 총 셋(여자아이, 아낙1, 아낙2)인데요.

‘꼭 너 같다는 어린아이’의 심통난 모습을 보고 지나가는 할머니가 미소지으면서

아이의 시간과 기분을 공유하는 오후 풍경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꼭 너같다, 나같다, 그럴리가, 에고 짠해라’하면서 세명인듯 두명인듯 한명인듯.

인물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해 저물녘 밭 풍경입니다.


우리동네연구소 반이누나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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