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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우리동네연구소

[꿈틀대기] 자동차의 사회적비용


우리 가족이 시흥시로 처음 이사를 와 살게 된 건 딸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던 2009년이었습니다. 고양시의 구석진 마을 야트막한 산자락 바로 아래에 있는 집에서 개구리와 맹꽁이가 밤새 울어대는 그런 동네에서 살다가, 그 작은 마을 한 가운데 커다란 공장이 들어서면서 쫓겨나듯 시흥시로 이사를 나오게 된 거였습니다.


이사를 오고 난 뒤 제일 먼저 신경쓰며 했던 일은 매일 저녁 딸아이의 손을 잡고 신천동의 동네 골목길을 산책하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자동차 왕래가 없던 ‘시골’에서 산과 들, 논밭으로 둘러싸여 호젓한 길과 들판을 누비며 살던 아이에게 뒤로 다가오는 차를 조심하면서 다녀야 한다는 생각 같은 것은 아예 없었기 때문입니다. 산업도로에 인접한 다세대 주택촌이었기에 차량 통행이 제법 많았던 동네에서 차가 빵빵거리든 말든 신경도 안쓰고 길 한가운데를 마음대로 어슬렁거리는 아이로 인해 늘 맘을 졸이며 지냈죠.


지금 돌이켜보면 아이의 손을 잡고 돌아다니던 그 골목길은 담벼락 밑에 주차된 차 사이로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동안 걸어 다니는 길이었습니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을 만들 수 있는 공간적 여유가 없기에 차와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하지만 실상은 주자창과 차도로만 구성된 길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 되는… 그런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근래 읽었던 책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을 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보도와 차도조차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결격 도로에서 여전히 자동차의 통행이 허용되고 있다. 그리하여 도시와 농촌을 불문하고 아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자동차를 피하는 기술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필수가 되어 버렸다 ….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우선 교육받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 자동차를 주의하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인간적인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우자와 히로후미



매우 드물게 특별히 지정된 차 없는 거리와 같은 곳을 제외하면 자동차는 사이드 미러를 접어서라도 차를 겨우 우겨 넣을 좁은 골목에 들어가더라도 괜찮지만, 사람들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를 걷게 되면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처벌을 받습니다. 사람의 보행권 보다는 자동차 운행권이 우선하는 특권처럼 보이는 것은 저의 착각일까요?


차량 증가에 따른 도로 정체로 주행시간과 연료소비량이 늘어나고 운전자의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문제나 주차장이 부족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비용으로 평가하면서 도로와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공적 자금과 자원을 투하합니다. 그렇지만 도로와 주차장 건설, 그리고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공간까지 자동차에게 내어주면서 자유로운 보행을 침해당하고 여유롭고 쾌적한 생활환경이 사라지고, 안전을 위협당하게 된 사람들의 고통은 사회의 비용으로 평가되거나 고려되지 않습니다. 보행권이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권리이자 사회적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보유한 권리와 재산이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들에게 전유되고 침해되는 일이 공공의 이름으로 진행됩니다. 운전자의 비용만을 사회적 비용으로 인정하며, 운전자의 비용만을 절감하기 위해서.


위에 인용한 우자와 히로후미의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이라는 책에는 적어도 차도와 분리되어 안전한 보행을 보장할 수 있는 인도가 확보되지 못한 길에는 자동차가 진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그렇게 했다가는 길을 내는데 과거보다 너무 많은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는 반문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동안 도로와 주차장을 만드는 비용이 그것밖에 안 들었던 것은 그곳에서 걷고 생활하는 지역사회의 사람들의 권리와 재산을 아무런 대가 없이 빼앗아왔기 때문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러기에 위에 인용한 책의 저자는 기존의 결격도로들을 안전하게 바꾸고 자동차로 인해 훼손된 보행권과 생활환경을 회복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산정해서 매년 자동차세로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 보행과 생활을 위한 환경도 회복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동시에 지나치게 많은 자동차도 줄일 수 있으며 도로를 계속 추가로 늘려야하는 압박도 사라지게 될 거 라면서요.


우리는 한 개인으로서는 모르지만 ‘사회’라는 이름으로 아주 많은 재산을 갖고 있습니다. 살펴보면 이렇게 자동차로부터 위협을 당하지 않고도 다니고 생활할 수 있는 길이라는 권리와 자산처럼 우리가 사회라는 이름으로 갖고 있는 사회적 자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우리의 권리와 재산을 ‘사회’의 이름으로 발견하고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시흥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소래산을 터널로 관통하는 민자도로가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가 지켜야 할 사회적 공간을 생각하며 이 책을 다시 꺼내어 읽어봅니다.




우리동네연구소 김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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