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검색
  • 작성자 사진우리동네연구소

[꿈틀대기] 선과 악의 경계



* 이 글에는 성서의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기독교리를 전하기 위함이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1.

구약성서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를 뽑으라면 ‘미슈파트’와 ‘쩨다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로 ‘정의’, ‘공의’, ‘옳음’, ‘바름’ 등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이 두 단어는 구약성서 첫 번째 책인 창세기에서 야웨가 이스라엘 조상인 아브라함을 선택한 이유가 아브라함으로 하여금 자손들에게 ‘미슈파트와 쩨다카의 삶’을 가르치기 위함이라고 언급할 때 처음 기록된 이후 구약성서 곳곳에 등장하며 구약성서의 핵심 주제인 ‘정의 와 공의’를 이끌어 갑니다. 구약성서는 야웨가 이스라엘에게 정의와 공의로운 삶을 가르치지만 정의와 공의를 떠난 이스라엘을 보여주고 결국 그런 이스라엘을 야웨가 심판하면서 새로운 정의와 공의의 나라를 소망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야웨는 이스라엘에게 이방민족과 결혼하지 말 것을 명령합니다. 이는 매우 배타적인 명령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탈출할 때 이미 그들 가운데는 다양한 민족이 속해서 함께 이스라엘을 나왔습니다. 이스라엘이 세워질 때부터 이미 순수한 민족적 혈통이라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방민족과 결혼 하지 말라는 명령에 담긴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는 혈통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방민족과 결혼 하면서 그 민족이 섬기는 종교의 물신주의, 기복주의의 신앙적 태도가 이스라엘 안으로 유입되어 야웨가 이스라엘에게 가르친 정의와 공의가 무너지고 공동체의 삶이 파괴될 것을 경계한 것입니다. 즉 정의와 공의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악의 유입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3.

한국 교회는 ‘악’과 전쟁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전부의 한국 교회는 아니지만 단지 보수주의적 교회들이라고 특정하기도 어려운 적지 않은 교회들이 ‘공동의 적’을 향해 날카로운 창끝을 겨누고 있습니다. 이 교회들이 ‘악’이라 규정하는 상대는 ‘동성애’와 ‘공산주의’입니다. 이들은 지극히 문자주의적 성서해석과 편향된 이념주의로 무장하고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우리 사회에 동성애가 허용되는 것이고 결국 우리나라는 공산주의로 변질될 것이라는 근거도 논리도 없는 매우 왜곡되고, 혐오적인 주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절대 악’인 동성애가 ‘거룩한’ 교회에 들어올 경우 이 땅의 교회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 말하며 교회와 동성애의 경계를 선과 악의 경계로 동치 시키고 있는 듯합니다.

4.

인터넷 공간에 올라오는 개인의 일상을 비롯하여 다양한 컨텐츠 그리고 사건, 사고에 대한 소식에는 무수한 댓글이 달립니다. 꼼꼼히 살펴보면 그 댓글 문화에 담겨 있는 특징이 보입니다. 다수에 의해 ‘악’이라 규정 된 대상에 대해 단체적으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나’는 그 ‘악’에 속해 있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스스로 ‘선’으로 자신을 규정해 버리는 듯합니다. 결국 ‘나’와 ‘그릇된 행위자’ 사이에 악과 선의 경계를 그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경계 밖에 있는 자를 배제하고 심하게는 혐오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 안에서 악과 선의 경계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악과 선의 경계는 ‘나’와 ‘너’ 사이에 있지 않습니다. 악과 선의 경계는 바로 ‘나’ 안에 있습니다. 그것도 명확하게 보이는 직선으로 그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사선으로 그어져 있어 나 자신조차 내 안에 있는 악과 선의 경계를 찾아내기 쉽지 않습니다.

5.

구약성서에 기록된 이스라엘 역사의 끝은 멸망입니다. 그 원인은 정의와 공의의 길을 벗어나 악인의 길을 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악은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 아닙니다. 자기들 안에 있던 탐욕이 정의와 공의의 공동체를 파괴해 버린 것입니다. 한국 교회는 동성애나 공산주의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 안에 있는 물신주의와 성공주의, 기복신앙이라는 탐욕에 의해 이미 무너지고 있습니다. 나와 너 사이에 악과 선의 경계를 세우고 전쟁 아닌 전쟁을 하고 있을 때 내부에 있는 악에 의해 스스로 무너지는 것입니다. 배제와 혐오가 순수성과 거룩을 지키는 방어막이 아니라 오히려 포용과 어울림이 평화의 공동체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고자 합니다.

우리동네연구소 박민선


조회수 40회댓글 0개
게시물: Blog2_Post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