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첫 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동네 버스정류장 근처, 노란 안전선의 경계에 힘들게 앉아 있는 새 한 마리를 보았다. 길가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시흥시청을 검색해서 전화를 걸었더니 야생동물보호협회로 연결해주었다.
전화를 거니 혹시 비둘기가 아니냐고 질문했다. 통상 인도나 광장을 걸어 다니는 비둘기와는 다른 모습의 새였다. 나는 새 종류를 잘 알지 못하나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 4월 광주역에서 내려 일행을 만나러 가는 길에 다친 새를 만나 구조 신고를 했을 때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었다. 비둘기가 아니냐고. 그리고 설명을 이어갔다. 멸종위기종이 아니면 구조할 수 없다고.
이 글을 쓰기 전 야생생물 보호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확인 전화를 해보았다. “얼마 전 새 구조 신고를 했는데 어떻게 되었나요?” 당시 신고했던 새는 멧비둘기였다고 한다. 차에 치일까봐 인도에 올려주려 손을 뻗으니 성한 다리로 아픈 날개를 퍼덕거리며 나에게서 도망가던 새였다. 왼쪽 날갯죽지 안쪽에 살이 패인 상황이었지만 구조 후 치료 없이 날 수 있는 곳에 방사했고, 시에서는 방사 후 날아가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받았다고 한다. 상처가 곪지 않고 자연적으로 잘 치유돼 잘 살았으면 좋겠다.
다른 야생동물들은 구조가 되면 어떤 후속 조치를 받게 될까? 간단한 치료가 필요하거나 영양실조로 힘을 잃은 아이들은 시흥에서 간단히 처치하거나 먹이를 준 후 방사하고, 중대한 부상을 입은 보호종의 경우 평택에 있는 경기도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로 이송한다고 한다. 그러나 멧비둘기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 제4조 유해야생생물로 분류된 종으로 치료가 필요한 지 살필 대상도 되지 않는다.
슬프다. 인간사회에서 인간의 기준으로 공식적으로 유해하다고 지정되어 다쳐도 구조할 가치가 없는 생물로 분류가 된다는 일이. 안타까움을 전하니 담당 공무원이 고충을 이야기 한다. ‘저희도 참 어려운 게 어떤 분들은 왜 구조 안하냐고 하시고, 또 어떤 분들은 자기 건물에 피해가 간다고 포획해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비둘기 구조하느라 황조롱이 같은 다른 우선 보호종의 생명을 놓칠 수도 있으니깐요. 기준에 맞춰서 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어요.’
전화를 끊고 나니 생각이 났다. 전에 길을 걷다가 거의 난도질을 하듯 가지치기를 한 가로수를 보며 군소리를 했더니 옆에 있던 공무원이 ‘상가에 계신 분들은 자기 상가 가린다고 나무 죽으라고 소금을 뿌리기도 하고 해요.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어요.’ 라고 했던 말이. 당시 상상하지 못했던 행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양극단의 입장에서 민원을 받을 공무원의 처지가 이해가 되기도 했던 것 같다.
난 올해 처음으로 가로수를 심는 이유가 길을 걷는 인간의 폐건강과 정서적 안정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같이 사는 동물들을 위한 ‘숲의 연장 기능’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고로 나무 한 그루와 달리 숲은 무성한 분위기가 관건인데, 주변의 가로수들은 숲의 연장이라고 하기엔 너무 달랑 달랑 심겨 있다.
인간에 의해 삶터를 잃고 도시에 공존하게 된 동물들. 숲의 연장이라고 심어놓았으나 숲이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그나마 있는 한 그루 한 그루도 위태위태하게 공존하고 있는 가로수들. 유해하다고, 피해를 준다고, 불편하다고 무조건 없애거나 벌거숭이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어떤 생태의 영역을 훼손했고, 서로 피해 없이 같이 살려면 도시와 생태의 환경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지를 생각해야 한다.
가치를 나눠 어떤 건 보호받아야 하고 어떤건 유해하다고 판단하는 것. 그 결과 어떤 생명은 가벼이 여겨도 되는 것이 당연시되는 제도가 아니라 균형을 잃은 생태계의 원인을 인간의 행위에서 찾고, 최대한 같이 살고자 노력하는 적극적 개선의지가 담긴 제도가 필요하다. 동네 살이를 ‘같이’하는 이웃의 범위가 우리의 인식 속에서도, 도시계획 상 고려 속에서도, 제도 속에서도 넓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양양의 <같이 살자> 가사를 읊어본다.
같이 살아가자 땅의 나무와 풀벌레
같이 노래하자 하늘의 새와 작은 시냇물
같이 춤을 추자 갈대들아 바람에 맞춰
같이 안고 살자 이 조그만 세상에서
같이 산다는건 쉽지만은 않았지
같이 살자는건 미안했다는 내 사과야
숨을 쉬면서도 고마운줄을 몰랐어
같이 안고살자 이제는 내가 안아줄게
라라라 시간은 흘러 라라라 너를 잊게 하네
라라라 돌이켜서라도 너와 함께 살던 그때로 돌아갈게
누구도 누구를 아프게 하지 말고
서로가 서로를 위로해가며
우리동네연구소 지렁이
참조.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4조(유해야생생물)
1. 장기간에 걸쳐 무리를 지어 농작물 또는 과수에 피해를 주는 참새, 까치, 어치, 직박구리, 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
2. 일부 지역에 서식밀도가 너무 높아 농ㆍ림ㆍ수산업에 피해를 주는 꿩, 멧비둘기, 고라니, 멧돼지, 청설모, 두더지, 쥐류 및 오리류(오리류 중 원앙이, 원앙사촌, 황오리, 알락쇠오리, 호사비오리, 뿔쇠오리, 붉은가슴흰죽지는 제외한다)
3. 비행장 주변에 출현하여 항공기 또는 특수건조물에 피해를 주거나, 군 작전에 지장을 주는 조수류(멸종위기 야생동물은 제외한다)
4. 인가 주변에 출현하여 인명ㆍ가축에 위해를 주거나 위해 발생의 우려가 있는 멧돼지 및 맹수류(멸종위기 야생동물은 제외한다)
5. 분묘를 훼손하는 멧돼지
6. 전주 등 전력시설에 피해를 주는 까치
7. 일부 지역에 서식밀도가 너무 높아 분변(糞便) 및 털 날림 등으로 문화재 훼손이나 건물 부식 등의 재산상 피해를 주거나 생활에 피해를 주는 집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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